[서진교 칼럼]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쏠린 눈 … 철저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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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 J 인스티튜트 원장
입력 2024-01-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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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지난 1월 19일 끝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에서 세계가 직면한 위험 요인을 정리한 ‘글로벌 리스크 2024(Global Risk 2024)’가 발표되었다. 각계의 전문가 약 1500명을 대상으로 경제, 사회, 기술, 환경, 지정학 등 5개 분야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위험 요인을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기상이변), 인공지능이 만든 가짜뉴스, 사회적·정치적 극한 대립 등이 각각 1위, 2위 3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는 이상기후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첨단 제품, 그리고 주요국에서 점점 격화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과 갈등을 생각할 때 수긍이 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포럼에 참석한 세계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정작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은 1월 15일 있었던 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결과였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결과를 놓고 다양한 평가와 함께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이에 올해 세계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과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답은 한결같이 지금은 양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초기 단계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를 예상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선다고 해도 그것이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항상 공화당 또는 민주당만을 지지하는 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 지지층 주만으로는 어느 당도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 따라서 표심을 바꾸는 통상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고 불리는 6~7개 주와 늘 박빙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2~3개 주의 선거 결과가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전국적인 여론조사보다는 해당 주의 여론조사가 더 중요하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더라도 그것이 꼭 득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투표장에 가서 투표할 것인지는 또 다른 일이다. 따라서 유권자의 나이와 학력, 정치에 대한 관심도 등에 따라 득표는 달라진다. 특히 우편 선거가 확대되면서 지난 대선에서는 당락이 바뀌는 경우도 나왔다. 이래저래 많은 변수로 예측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번 미 대선이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매우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인해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도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미국의 대외정책은 상당 부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더욱 껄끄러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EU나 G7과 같은 전통 우방과의 관계도 좋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세계의 경찰이자 리더 역할을 포기하고, 오직 미국만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전쟁에 대한 개입을 줄이는 한편 모든 국가에서의 수입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입장도 간단치 않다.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미국과의 상품무역수지 흑자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때 단골 이슈였다. 대북 문제도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전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양한 상황을 전제하여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은 벌써 아베 전 총리를 통한 인적 접촉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고위 관리와의 접촉에 나섰다고 한다. 중국이나 대만도 의회와 함께 트럼프 선거본부에 대한 접촉을 추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접촉창구를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 인물을 포함해 트럼프 선거 창구와 공화당의 주요 인사를 만나는 것은 기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고 있는 예비 인사를 접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워싱턴의 보수 싱크탱크들과의 접촉도 필요하다.
 
그다음은 각계 전문가를 모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예상되는 주요 리스크를 전망해 그에 적합한 합리적 대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통상 분야는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무역수지 흑자 축소, 미국의 전통 산업인 철강,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슈가 될 수 있다. 당분간 WTO 다자협상이나 복수국 간 무역협상은 미국의 관심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이슈별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한편 적절한 대응 논리도 필요하다. 합리적 주장에 약한 것이 미국의 실무진이다. 대응 논리의 핵심은 미국 혼자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함께 하는 방안을 제시하여 설득하는 것이다. 세계 무역은 이미 촘촘히 연결되어 다양한 우회 공급망이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 혼자만의 일방적 행위는 그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우며 비용도 많이 들고 때로는 역효과가 나타나 미국에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논리의 핵심이 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작은 가능성에도 철저한 준비를 해 놓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기본 자세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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