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없었다...카드 안 긁으니 마트·車 매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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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4-0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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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고금리로 얼어붙은 '가계소비'

  • 승용차 내수 판매량 두자릿수 감소세

  • 내수 부진에 고용 증가세 둔화 영향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연말이 되면 활기를 띠는 소비가 지난해에는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지갑을 닫자 백화점·할인마트 매출과 자동차 판매량 등 내수 전반이 크게 줄었다.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관적 인식도 길어지고 있다.  

1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 둔화되는 가운데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경기 회복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데서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민간소비 둔화·건설투자 부진 우려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진단은 유지했다. 실제 민간소비 등 지표들의 둔화세가 뚜렷하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2월 백화점 매출은 1년 전보다 3.9% 증가했으나 전월 증가율(7.0%)보다 둔화됐다.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했고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12.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해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12월(-3.3%) 이후 3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8월(2.9%)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통상 연말인 12월에 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강한데 지난해에는 소비가 부진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소매판매 지표도 악화됐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보다 1.0%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0.3% 감소했다. 12월 지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연간 기준으로 봐도 소매판매가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이 기간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03년(-3.1%) 이후 처음이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여전히 나쁘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9.5로 전월 대비 2.3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9월부터 100 아래를 밑돌고 있다.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 판단을 조사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11월 '경기순환시계'를 봐도 10개 지표 가운데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등 7개 지수가 상승국면을 이탈해 둔화·하강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둔화·하강 지표가 7개나 나온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상승 국면을 지킨 지표는 수출액과 광공업생산지수에 불과하며 기업경기실사지수만 회복을 가리켰다. 

내수가 부진하면서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매월 10만명 넘게 늘던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지난해 12월에는 1만7000명 증가에 그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수출은 회복세지만 고금리가 촉발한 내수 부진이 심화해 고용증가세가 둔화 흐름을 보인다"며 "올해 내수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숙박·음식 쪽 고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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