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의결된 후 김동연 경기지사의 ‘따뜻한 리더십’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김 지사는 당시 사고를 ‘10.29 참사’라 규정한 후 공직자로서 자괴지심(自愧之心) 하며 추모 공간을 마련해 정부 지정 기간보다 길게 운영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특히 도민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통감(痛感)하며 희생자에 대한 꾸준한 추모, 유가족들과의 아픔 공감 등 숨은 이야기들도 속속 밝혀져 김 지사의 새로운 인성(人性)을 발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시 김 지사는 국가 애도 기간 이후에도 나흘간이나 연장해 합동분향소를 운영토록 했다. 또 합동분향소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도민을 위해 온라인으로 추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고 온라인 추모 공간은 '기억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유가족과의 만남도 수시로 나섰다. 정부의 책임자마저 기피하던 시절, 용기 있게 나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우리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유독 인성(人性)을 강조해 왔다. 국민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라는 평가도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김 지사의 치유와 통합의 리더십이 조명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어려운 상황 속 사람들을 뭉치게 했던 사례가 수없이 많아서다.
어려운 일은 피하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지도자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면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자신을 지키는 데 온 힘을 쏟기도 한다. 절망 속에서 남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도자라면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정치 현실 속에선 더욱 필요하다. 갈등과 대립 그리고 분노가 발호(跋扈)하는 작금의 정치판에서 김 지사의 리더십이 얼마나 더 빛을 발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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