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갑진년 한국 경제 키워드 '戰·中·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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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경제부장
입력 2024-0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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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적으로 지난했던 계묘년이 가고 갑진년이 밝았다. 지난해 1%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과 3%대로 치솟은 물가 상승률이 올해는 공히 2%대로 수렴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대 섞인 전망이 현실화하기 위한 필요 조건은 물가 안정과 수출 개선이다. 정부는 연간 물가 상승률과 수출액 목표치를 각각 2.6%와 7000억 달러로 설정했다.

문제는 두 가지 목표 다 외풍을 크게 탄다는 점이다. 정부도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세계가 여러 세력으로 쪼개져 다투는 글로벌 분절화 심화,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 둔화 등을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원유를 비롯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다. 최근 너무 올라 서민 가계를 옥죄는 과일값이나 야채값도 중요하지만 결국 공장과 발전소를 돌리고 차를 굴리고 보일러를 때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 가격이 횡보하거나 더 오르지 않아야 물가 안정을 이룰 수 있다.

기름값 향방을 좌우할 중동 정세는 시계 제로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잇따라 공격 중이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여기에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폭탄 테러가 터지자 미국 등 서방 진영은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 밝힌 사건이지만 이란이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외부 분쟁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 기조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란의 참전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초대형 악재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던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경계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반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진 중국 경제 상황이다.

지난 4일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5% 수준에서 올해 4%대 중반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 기구의 전망과 대동소이하다.

부동산발 위기로 민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면서 중국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 부양책이 시행되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327억 달러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중국으로 향한 수출은 1248억 달러로 20% 가까이 급감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더불어 톱2 수출 시장이다. 대중 수출이 더 줄어든다면 아세안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도 정부 목표인 7000억 달러 달성이 요원해진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가 유력한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를 점치는 여론 결과가 많다. 

혹시라도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선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까. 미·중 격돌 양상이 훨씬 거칠어질 공산이 크다. 바이든 정부가 첨단·전략 부문을 집중 타격하는 '좁은 마당, 높은 장벽' 전략을 구사했다면 트럼프는 '넓은 마당, 높은 장벽'으로 한술 더 뜰 것이다. 중국을 향한 전방위 공세 강화에 가뜩이나 어려운 형국인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추가로 제약될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 신(新)에너지 정책도 폐기되거나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천문학적 돈을 들여 미국에 전기차 등 공장을 짓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입을 피해는 상상 불가다. 

아예 대미 수출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트럼프는 기존 관세에 10%를 추가하는 보편적 관세 도입을 공언하는 중이다. 일단 중국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히지만 한국과 일본 등 우방에도 칼을 들이대지 말란 법이 없다. 과거 재임 시절에도 유럽연합(EU)과 무역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그리다 보면 올해 글로벌 경제의 중심 축이 '내수'에서 '교역'으로 전환돼 우리나라가 수혜를 누릴 것이란 정부의 청사진이 다소 순진하게 느껴진다. 

대외 의존성이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의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남이 숨 쉬는 것만 바라보는 '앙인비식(仰人鼻息)'의 소극적 대응에 그치지 말고 스스로 힘써 노력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를 견지해 나가야 하겠다.   
 
이재호 경제부장 사진아주경제 DB
이재호 경제부장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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