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스프레이 낙서로 망가진 경복궁 담장이 19일 만에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4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어 낙서 제거와 긴급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지난해 잇단 낙서 테로 훼손된 담장 구간은 영추문 좌·우측 12.1m,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일대 24.1m 등 총 36.2m에 달했다. 이에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국립고궁박물 소속 보존 처리 전문가들이 투입돼 스팀 세척, 레이저 클리닝 등 화학적 방법과 물리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흉측한 흔적을 지워냈다.
한파로 작업이 중단됐던 때를 제외하고 총 8일간 낙서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해당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하루 평균 29명으로, 작업에 필요한 방진복, 장갑, 작업화 등 용품 비용으로 약 1207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스팀 세척기와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 장비를 빌리는데 946만원이 쓰였다.
문화재청은 "전문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비용을 감정 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산출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시사했다. 이 손해 배상은 지난해 12월 16일 처음 낙서를 남긴 10대 남녀와 이어 다음 날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20대 등 3명 모두에게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복궁 측은 "법무법인에 자문해 손해배상 청구 절차, 인건비 계산 범위, 비슷한 사례나 판결 결과 등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문화재청은 향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복궁을 비롯한 4대 궁궐, 종묘, 조선왕릉 등 주요 문화유산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도 이날 발표했다.
우선 경복궁은 인적이 드문 야간 시간대 자율적으로 2∼4회 이뤄지던 순찰을 8회로 확대하고 외곽 담장 주변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14대에서 20대 추가한 34대로 늘릴 계획이다. 또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사직단 등에도 CCTV를 추가 설치해 2025년까지 주요 궁궐, 종묘, 왕릉에 총 110대의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문화재청은 다음 달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궁·능 뿐만 아니라 국가 문화유산에서 낙서 훼손 등에 취약할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을 파악하고, 돌봄 사업을 통해 매달 관리 상황을 점검한다. 점검에 필요한 인력도 130명에서 2025년 기준 16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향후 또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엄정하게 적용하고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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