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의 머니집테크] 1년 표류한 '실거주 의무' 국회 통과 사실상 불발...수분양자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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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3-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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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기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보류됐다. 이에 당장 실거주 의무 규제를 적용받는 전국 4만7000여 가구가 혼란에 빠지게 됐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 정국이 본격화돼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대책을 믿고 이미 분양을 받은 예비 입주자들만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특히 내년 전국적으로 입주절벽이 예고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까지 유지되면 전세 물량 위축 심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거주의무 폐지' 또 국회 통과 불발...4만7000여 가구 발동동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7일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야당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일방처리로 논의가 불발됐다. 앞서 지난 21일 소위에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토위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법안 처리가 보류된 바 있다. 

이번 합의 불발로 연내 실거주 의무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야 간 추가 논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고,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실거주 의무의 폐지·완화에 대해 당내 이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되면 법안 논의는 내년 총선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언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유지되면 시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매가 가능해진다고 해서 입주에 맞춰 집을 팔려고 했거나, 팔지는 않더라도 전세로 돌리려 했던 이들이 실거주를 위해 잔금을 마련해야 하게 돼서다. 만약 실거주도, 잔금 마련도 안 된다면 계약금을 날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불발되면 대상자의 선택지는 최초 입주일로부터 3~4개월 내에 입주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입을 신청하는 방법뿐이다. '입주 준비기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주택법 시행령 제60조2에 따라 특정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준비기간이 필요한 경우 해당 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보는 기간은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90일까지'다.

또한 주택법상 거주의무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거주의무기간 이내 거주를 이전하는 경우 거주의무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LH에 해당 주택의 매입을 신청해야 한다. 이때 LH는 거주의무자의 해당 주택을 매입하려면 14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거주의무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즉 최초 입주일로부터 최소 104일 이내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LH는 분양대금에 은행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가산해 매입 가격을 산정한다. 최근 원자잿값 급등 영향으로 분양가격이 급등한 만큼 수년 전 당첨된 수분양자가 분양가에 이자를 더한 금액만 받고 매각하면 상당한 금액을 손해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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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책 혼란으로 시장 불안 부추겨…전셋값 상승 가중 우려도"

입주가 다가오는 단지들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실거주 의무로 전세를 들일 수 없어 직접 잔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입주가 불가능한 실수요자들은 더 난처한 상황이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부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벌금을 내고 실거주 의무를 어기겠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온다. 집을 포기하느니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을 내고 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실거주의무를 고의적으로 위반할 경우 벌금도 내야 하고 해당 물건도 LH에 분양가에 맞춰 매각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단순 위반 시(전월세 전환 등) 과태료 300만원을 물고, 위장 전입 등 의도적 위반 시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를 내야 한다"며 "벌금을 내면 계속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벌금도 내고 LH에 주택도 넘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에 따른 전세 매물 위축까지 더해지면 시장 혼란은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아파트는 지난달 기준 총 72개 단지, 4만7595가구에 달한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이들 주택의 전세 전환이 불가능해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급격한 '입주물량 공백기'와 맞물리면서 여파가 더욱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예상)은 1만5000가구도 채우지 못한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역대 최저치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잔금 마련, 이사, 질병, 학업 등 불가피한 이유로 실입주를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주민 불편 및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라며 "적용 대상 주택도 4만 가구가 넘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여야는 물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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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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