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더 높이 오르기 위한 우상혁의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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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12-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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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진행된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종목에서 2m35로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며 우상혁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뿐만 아니라 그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보는 이들 역시 함께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들고 있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우상혁 선수
우상혁 선수 [사진= 우상혁 선수]
 

요즘 어떻게 지내나
-시즌이 끝나서 휴식을 취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동안 다이어트 때문에 못 먹었던 음식들도 먹고 있다. 그동안 훈련 집중모드라서 쉰 적이 거의 없는데 감독님께서 최대한 휴식을 하라고 말씀을 하셔서 늦잠도 자고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휴식은 없는 것 같다.
 
많은 대회들을 출전할텐데 우상혁 선수에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모든 선수라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뛰어보는 게 목표다. 저도 19살 때부터 아시안게임을 뛰었고 21살 때 올림픽을 뛰었는데 선수로서 행복한 경기라는 걸 느꼈다. 도쿄올림픽에서 두번째로 올림픽을 뛰어보니까 첫번째 경험이 있어서 더욱 즐기게 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동기부여도 생기고 재미도 느낀다.
 
군인 신분으로 훈련을 할 때와 전역 후 훈련을 하는데 있어서 달라진 게 있나
-군인 신분일 때는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 군인 신분으로 인해 제약이 있었고 항상 조심스러웠는데 전역 후에는 마음이 편하다. 군인 신분이었을 때의 습관은 남아있지만 마음은 가볍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의외의 결과가 나왔던 대회가 있었나
-대회는 항상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준비는 항상 최선을 다해서 하는데 생각보다 준비를 열심히 하고 컨디션이 좋은 대회는 결과가 좋지 못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침착함과 흥분하는 게 함께 나온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침착하면서 힘도 많이 빼야 되는데 컨디션이 좋을 때는 컨디션을 믿고 뛰기 때문에 결과는 별로 안 좋았던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더욱 집중을 하고 뛰기 때문에 집중 속에 잠재되어 있는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몸이 좋지 않을 때 경기가 더욱 잘 됐다.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잘 뛴다는 것의 기준은 뭔가
- 제가 잘 뛴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감독님께서 경기 모습을 보고 잘 뛴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저는 그걸 믿고 시합에 집중하면서 뛰다보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 선수는 ‘할 수 있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 선수는 ‘코리아 화이팅’을 외친 걸로 유명한데 대회 전 스스로 외치는 주문이 있나
- 높이뛰어야 하는 종목이라서 혼잣말로 “높이뛰자“는 말을 많이한다.
 
높이뛰기가 주는 행복과 압박도 연차에 따라서 변화할 것 같다
- 처음에는 부담과 압박이 있었다. 처음 뛰면 다 그럴 거다. 메이저 대회는 다 뛰어봤고 어렸을 때부터 어려워했던 상대들을 많이 마주해보니까 부담감이 확실히 작아졌다. 자주 만나다 보면 제가 어려워했던 상대라도 빈틈이 느껴지는데 그 부분을 파서 우승까지 이어진 거다.
 
동료가 경쟁자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나는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다른 동료는 안 좋은 결과가 나왔거나 다른 동료는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나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서로를 어떻게 위로를 하나
-다른 선수가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준비를 많이 했구나 라는 생각에 축하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축하하는 마음이 있어야 저도 다음에 축하를 받더라. 이기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도움은 안되는 것 같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야 좋은 분위기가 될 수 있다. 나밖에 모르면 분위기도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우상혁 선수의 꿈의 높이는 뭔가
-240을 넘는 게 최종목표다. 그 전에 한국 신기록인 237을 넘는 게 목표다. 내년 시즌 초에 그 높이를 넘겨서 올림픽 때는 240을 넘을 수 있도록 할 거다.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훈련에 들어가면 부상만 없이 하는 게 목표다.
 
즐기면서 뛰는 게 인상 깊었는데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방법이 있나
-저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직업만족도가 엄청 높지 않나. 저도 제 종목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100점 이상일 정도로 높이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직업만족도가 엄청 높다. 이 종목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다. 시합이 있기 때문에 제가 보완해야 될 것들을 생각하는 게 엄청 행복하다. 최근에는 상도 받았는데 그럴 때 다시한번 높이뛰기를 한 것 있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재밌게 열심히 하다보면 더 좋은 날이 올 거고 이대로만 가도 이 종목을 한 것에 있어서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처음 높이뛰기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의 꿈을 얼마나 이뤘나
-지금의 모습이 꿈이었다. 국가대표가 되고 뛰는 것 자체가 꿈이었다.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나서 꿈의 전환점이 됐다. ‘열심히 하다보면 우승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상혁 선수가 방황하거나 넘어졌을 때 도와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김도균 코치님이다. 김도균 코치님이 당시 장대높이뛰기 감독님이었는데 진천선수촌에서 친분을 쌓았다. 당시에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운동을 하기 싫었을 때였는데 그런 모습이 감독님한테 많이 보여졌던 것 같다. 그걸 안타까워하시면서 같이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높이뛰기의 매력은 뭔가
-직업에 있어서 성취감이 있으면 희열을 느끼지 않나. 성취감이 자주 오기는 쉽지 않을 때가 많은데 제 직업은 매일 성취감이 오는 게 매력이다.
 
높이뛰기를 통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뭔가
-인생을 배웠다. 방황도 많이 하고 화도 많이 나고 욕심만 많은 선수였는데 높이뛰기 덕분에 차분함과 전체적으로 모든 걸 배워서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높이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
-모든 종목의 메달리스트 감독님들이 힘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최고의 기술에 도달했을 때는 힘빼는 법을 알아야 되는 것 같다. 힘을 뺐을 때 저도 모르는 퍼포먼스가 나온다.
 
직업병이 있나, 그리고 그 직업병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
-높이뛰기는 항상 집중을 해야 된다. 흐트러진 모습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독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적어도 다다음 올림픽까지는 흐트러짐 없이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게 살면서 혹독하게 살거다.
 
높이뛰기 선수로서 우상혁, 사람으로서의 우상혁은 어떤 사람인가
-높이뛰기를 할 때는 후회없이 행복하게 경기를 하고 있다. 잘 뛰던 못 뛰던 항상 후회는 없다. 이 종목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재밌게 즐기는 것 같다. 사람 우상혁은 항상 진지하고 의외의 모습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높이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도 기본이 잘 되어 있어야 된다.
 
우상혁 선수의 꿈이 궁금하다
-올림픽 메달이 꿈이지만 솔직히 메달 못 따도 된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한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당장 내년에 파리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후회 없이 준비할 마음이 있다. 파리올림픽 때 메달 못따도 후회는 없다. 다음 올림픽을 도전할 마음이 있다. 그리고 다 아는 선수들과 뛰는 것이 때문에 부담은 없다.
 
높이뛰기는 어쩌다가 하게 됐나
-저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꼬마였다. 육상부를 하고 싶어서 시험을 봤는데 선생님은 제가 달리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다더라. 그래도 열정이 가득하니까 시켜주셨다. 근데 대전시 대회에서 탈락을 하고 다음날에 "높이뛰기장가서 높이뛰기 해봐"라고 하셔서 높이뛰기를 했는데 겁 없이 했던 당돌함에 선생님께서 계속 시켜주셨던 것 같다.
 
높이뛰기의 경우 1cm 차이로 인해서 순위가 결정될 것 같다. 우리 인생에서도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말씀 해달라.
-저도 항상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걸 받아들이고 많이 넘어져봐야 성공하는 것 같다. 항상 인정하고 이해하다 보면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안됐을 때 '그래 괜찮아, 해보지 뭐'라고 생각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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