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 "'서울의 봄' 인기에 깜짝…'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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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12-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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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태신'은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외로이 남는 인물입니다. 그런 점에서 혼자 외롭게 남더라도 흔들림 없고 지조 있는 '선비' 같은 남자로 보이길 바랐습니다."(김성수 감독)

김성수 감독은 영화 '서울의 밤' 속 악인 '전두광'(황정민 분)의 대척점에 설 인물 '이태신'을 두고 단박에 배우 정우성을 떠올렸다. '전두광'이 불 같은 인물이라면 '이태신'은 물 같은 인물로 그려지길 바라서였다.

'이태신'은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군의 원래 사명에 충실한 인물이다. 12·12 당일 서울로 전방부대까지 불러들이는 반란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하는 인물로 등장인물 중 가장 많은 각색을 거친 캐릭터다. 김 감독은 정우성의 실제 면면들이 '이태신'에 담기길 바랐다. 많은 설명 없이도 '캐릭터' 그 자체가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헌트'가 끝날 무렵 '서울의 봄' 출연을 제안받았어요. '이태신'('서울의 봄')과 '김정도'('헌트')는 다른 세계관과 고민을 가진 인물이지만 외적으로는 비슷한 양상을 띠고 하나의 대립 구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말씀드렸었죠. 자연스레 '밀당'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도 김 감독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정우성이 아니면 '이태신'은 안 된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계속 거절했는데 감독님께서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그래요. 좋아요. 엎죠. (정우성) 출연 안 하면 이 작품 엎겠습니다'라고. 하하하. 협박당한 거죠."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결국 정우성은 출연을 결심한 뒤 '이태신' 역을 들여다보았다. 양극단에 선 '전두광'과 '이태신'을 모두 살피며 캐릭터를 구성해 나갔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물'과 '불'을 떠올렸어요. 감정에 충실한 인물만큼 열정적인 건 없는데 '전두광'이 딱 그런 타입이었죠. '이태신'을 두고 '비현실적이다' '너무 영웅처럼 그려진다'고 말할 수 있는데 사실 그는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예요. 그저 본분을 지키려 할 뿐이죠. 그의 직업은 군인이고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거예요."

김 감독은 '이태신' 역할의 레퍼런스로 '정우성'을 소개했다. 정우성은 "어리둥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태신' 역할을 두고 참고하라며 몇몇 영상을 보내줬어요. 제가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할 때 찍었던 인터뷰들이더라고요. '이게 이태신이야'라고 하기에 '무슨 소리야 그게'라고 물었어요. 감독님은 '이런 자세를 원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 경력만 30년임에도 불구하고 '이태신'은 혼란스러운 역할이었다. 연기하면서도 '확신'보다는 '막연함'을 느끼고 접근했다.

"배우는 뻔뻔해야 해요. 캐릭터를 받아들일 때는 더욱 그렇죠. 하지만 '이태신'은 그리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요.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막연함이 가장 컸던 인물이죠. 명확하게 확신을 가지게 된 지점도 없어요. 작은 확신이 모여 만들어진 거죠. 그걸 처음 느낀 건 '전두광'과 복도에서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배우들은 보통 리허설 때 자기 연기를 안 하고 상대의 기운을 살펴요. 그때 (황)정민 형이 이태신을 느끼더라고요. '아, 내가 이태신을 찾아가고 있구나' 느꼈죠. 그런 작은 확신이 모여 지금의 이태신이 완성된 거예요."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김 감독의 의도대로였다. 정우성은 '이태신'을 연기하며 점점 고독해졌고 그의 '고립'을 고스란히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이태신'을 보고) '네버 엔딩 앵벌이 연기'라고 했어요. 여기저기 '와주셔야 한다.' '진입하셔야 한다'고 계속해서 부탁하고 구걸하죠. '이태신'이 느끼는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니까. 연기하면서는 정말 돌겠더라고요. '이태신은 구걸만 하는구나' 하면서 연기했어요."

김 감독과 정우성은 영화 '비트'(1997)를 시작으로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아수라'(2016), '서울의 봄'까지 5편의 영화를 함께했다.

"김성수 감독님은 제가 영화 작업을 하면서 동료로서 인정받는다는 기분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신 분이에요. 영화 작업이 어떤 건지 현장에서 실천으로 깨우침을 주셨고요. 다른 감독님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서운해하실 수도 있지만, 제게 김성수 감독님은 최고의 선배이자 동료예요. 현장에서는 여전히 집요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감독이고요. 감독님과의 작업이 매번 즐겁고 기대되는 이유도 그래서예요. 아주 귀찮으면서도 사랑한다고 해야 할까요? '애증'의 관계죠. 하하."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은 예사롭지 않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돌파, 6일 만에 200만 돌파, 10일 만에 300만 돌파, 12일 만에 400만 돌파에 이어 14일 만에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연일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서울의 봄'이 관객분들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어요. 김성수 감독님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인정받아서 굉장히 기분 좋으면서도 동시에 배우로서 부담도 돼요. 신에 임할 때는 의심 없이 확신을 두고 임하지만, 작품 전체가 완성되었을 때는 불확실성을 느끼니까요. 좋은 평가를 원하고 있고 그게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이 정도를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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