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인기 수제맥주협회장 "본연의 퀄리티로 수출 승부…K-비어 트렌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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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3-12-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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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맥주 침체기…편의점 공급 줄며 수제맥주 판매 급감

  • 활황기 이끌려면…협회, 회원사 재료 공동구매·팝업 행사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문래동 비어바나의 양조시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문래동 비어바나의 양조시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 수제맥주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에 견줘도 손색이 없습니다. 수출을 통해서 K-팝(POP)처럼 K-비어(BEER)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비어바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하지 못했던 K-비어 페스티벌을 적극 개최해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과 양질의 수제맥주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2023년은 롤러코스터, 흔히들 말하는 ‘상저하고’가 아니라 분명한 ‘상고하저’였다”며 “코로나19가 끝나고 이어진 수제맥주 시장은 상반기는 판매가 괜찮았는데 대략 8월을 기점으로 전에 없던 흐름들이 감지되면서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그는 “팬데믹 시기에 풀린 유동성의 부작용이 이제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며 “편의점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고, 그것이 하이볼이 됐지만 유행을 타다가 어느새 잠잠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꽤나 지속될 것 같았던 위스키의 인기도 시들하다” “국내 주류시장이 소비여력은 고갈돼 가고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트렌드는 짧아서 따라가기도 힘든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3월 3년 임기 회장직에 이 회장이 취임한 한국수제맥주협회는 2003년에 창립된 단체다. 거의 대부분이 영세한 40~50여 개 양조장 대표가 회원사다. 그는 “올해 시기적으로 너무 좋지 않은 때 맡게 됐다”며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수제맥주 침체기의 주된 원인을 편의점 맥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 침체로 인해서 전 주류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제맥주만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라며 “수제맥주의 판매량 감소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편의점 공급으로 성장했던 유명 수제맥주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져서 수제맥주뿐만 아니라 필수 소비재 외에 안 쓰고 안 먹어도 되는 품목들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이제 다시 ‘왜 사람들이 수제맥주를 좋아하고 마셨나’를 생각하고 수제맥주 본연의 퀄리티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케팅 방향에 대해서도 “편의점 맥주가 한때 레트로 유행에 힘입어 몇몇 맥주는 많이 팔린 게 사실이지만, 그것은 소비자 위주의 트렌드가 아니라 편의점 주도의 인위적 트렌드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시절에 많은 식당과 맥주 가게들은 영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편의점 맥주가 유일한 대안일 때 매대에 어떤 맥주가 있어도 판매가 잘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당시 수입맥주 대신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고, 그것이 수제맥주 같지 않은 수제맥주가 아니었나 싶다”며 “실제 편의점 매대에서 수제맥주로 팔린 대다수의 맥주가 대기업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맥주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주류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주세법 개정과 관련해선 “생산원가에 세금을 부과하던 방식에서 생산량에 따라 정해진 금액만 납부하면 되는 종량세는 그간 증류주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바라던 것이었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증류주는 소주를 비롯해 진, 위스키, 브랜디 등 다양한데 증류주를 수입하는 회사들도 종량세로 전환되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류업계에서는 국산 주류와 달리 해외 주류의 경우 수입 신고가에 관세만 더해 과세표준으로 책정하다 보니 국산 증류주의 과세표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을 낮추는 내용의 주세법 시행령과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산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에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국산 증류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영업이익 등을 더한 과세표준에 일정 세율을 곱해 세금을 부과했다. 기준판매비율은 일종의 할인율이다.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면 기존의 과세표준에서 비율만큼을 제외한 금액을 과세표준 삼아 주세를 매기기 때문에 세금이 줄어 출고가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기준판매비율이 확정되진 않았다. 예를 들어 40%를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산 증류주 출고가는 19.3% 줄어든다.
 
이 회장은 “주세법 개정이 수제 맥주업계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몇몇 수제맥주 양조장에서는 위스키 증류시설을 갖추고 증류주를 병행하는 사업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맥주나 위스키나 맥아(몰트)를 주원료로 해서 발효하면 맥주, 증류하면 위스키가 되는 것”이라며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3년을 숙성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3년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회사는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조 면허 기준으로 전국의 170여 개 맥주 양조장 중에서 중소·중견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회사는 열손가락 정도로 꼽을 수 있고, 그 외는 대부분 소규모 양조장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전통주처럼 지역특산주 카테고리에 수제맥주도 넣어주면 더 적극적으로 국산 재료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 차원에서는 수제맥주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회장은 “미국 수제맥주 최대 협회인 미국양조자협회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운영되는 양조자와 맥주를 인증하는 공식 로고를 만들어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인증하고 있고, 한국도 시장에 맞는 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제맥주에 대해서 회원사들이 함께 전파하고 홍보하고, 맥주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를 공동구매 한다면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팝업 행사를 진행하는 등 올해 하반기부터 진행해 온 수출은 내년에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극한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큰 무리를 지어 최대한 몸을 가까이해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이겨낸다고 한다”며 “수제맥주 업계에 당분간 봄이 안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협회도 회원사들과 최대한 힘을 합쳐야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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