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富 구멍 된 한전]③ 글로벌 공룡 놀이터 전락...한전KDN 책임론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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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3-11-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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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KDN CI 사진한전KDN
한전KDN CI [사진=한전KDN]
한국전력(한전)과 계열사의 높은 업무 시스템 외산 의존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인 한전KDN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시스템 기획, 개발, 유지보수, 운영 등을 맡아야 할 기업이 모회사와 계열사의 기도입 외산 시스템 유지보수 용역을 대신 발주하는 데 그쳐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KDN은 지난 1992년 한전 100% 출자로 세운 전력 ICT 기업이다. 계열사 시스템 통합(SI) 등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다.

22일 한전KDN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공시한 2023년 상반기 재무제표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KDN은 지난 상반기 약 30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2223억원은 한전과의 거래에서, 715억원은 한전 종속기업에서 나왔다. 전체 매출의 96%가 한전그룹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계열사 내에서 업무용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에서 한전KDN의 실제 역할은 애매하다. 일례로 한전KDN은 올해 3월 '남부발전 SAP 시스템 운영 및 유지관리'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제안요청서를 살펴보면 한국남부발전에 구축한 ERP 시스템을 약 2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업무로 사업 규모는 약 7억7000만원이다. 남부발전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지만 사업장은 한전KDN 남부IT사업부다. 계열사 시스템을 구축·관리하는 기업이 유지보수 업무를 외부 컨설턴트에 맡긴 셈이다.

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구매관리, 운영, 유지 등 발전 계열사가 직접 발주할 수 있는 사업도 한전KDN을 통해 발주해 외부 용역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다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최종 계약 단가를 높이거나 재하청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선 부좌현 전 의원이 한전KDN의 경쟁입찰 구조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한전의 특정 소프트웨어 도입 사업에서 한전KDN이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으로 입찰한 뒤 가격을 더 낮춰 재발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물론 한전KDN이 업무 시스템 개발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한전KDN은 올해 8월 자체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력 계열사의 신규 자회사 증가에 따라 관련 시스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자체 개발한 시스템(K-ERP)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그룹 내 도입 사례가 드물고 협업 솔루션(그룹웨어), 전자결재, 인사·재무관리 등으로 용도가 비교적 제한적이다.

최근 삼성SDS, SK(주) C&C, LG CNS, CJ올리브네트웍스 등 대기업 계열 SI 기업들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 대외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한 해 사업 성과가 요동치는 것을 피하고,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전이 자구책 중 하나로 한전KDN 지분 20%를 민간에 매각한다고 밝힌 만큼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할 필요도 크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KDN이 국산 ERP 시스템을 개발했음에도 전력 계열사에 적용하지 않고 외산 제품 독점을 허용하는 것은 업무방기"라며 "국산 시스템 정착을 앞당기기 위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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