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한세 '위험'을 '기회'로 바꾸려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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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기자
입력 2023-11-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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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꽝민산업단지에서 베트남 시노펙스한국 투자의 전자부품 생산 현장 사진베트남통신사
하노이 꽝민산업단지에서 베트남 시노펙스(한국 투자)의 전자부품 생산 현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이 내년부터 시행될 글로벌 최저한세를 앞두고 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적용되면 법인세 인센티브와 수입세 면제, 토지사용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의 강점을 이용해 투자를 유치하던 베트남의 정책이 매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다. 베트남은 글로벌 최저한세라는 위험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 빈푹성 내 한 FDI 기업 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빈푹성 내 한 FDI 기업 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새로운 경기장’

글로벌 최저한세는 특정국이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해 최저한세율 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할 때 다른 국가에서 해당 기업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베트남이 해외 투자 기업들에 조세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해당 기업들은 다른 국가에서 혜택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조세 부담이 부과될 수 있다. 결국 베트남이 세제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더 이상 기업들은 그로 인한 수혜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적용 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재무제표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 그룹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약 200개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호 득 퍽(Ho Duc Phoc) 베트남 재정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글로벌 최저한세 원칙의 경우, 회원국들이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을 반드시 적용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관련국들은 지침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국가가 적용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회원국이 적용하는 글로벌 최소한세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과 스위스, 영국,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호주 등 대부분 국가들이 내년부터 최저세율 15%를 적용하겠다고 확정했다. 그중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은 베트남에 외국인 투자 자본이 많은 국가로 글로벌 최저한세 대상 사업체가 많은 국가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내 경제 구역 및 산업 단지의 가공 및 제조 산업 분야에서 투자 및 비즈니스 활동을 운영하는 등록 투자 자본이 1억 달러 이상인 프로젝트가 약 335개 있다. 삼성, 인텔, LG, 샤프, 파나소닉, 폭스콘, 페가트론, 보쉬 등이 대표적인 투자 기업들이다.

이러한 유형의 프로젝트에 등록된 총 투자 자본은 베트남 전체 FDI 자본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가운데 그 규모는 약 131억3000만 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베트남 외국인투자기업협회(VAFIE) 응우옌 반 또안(Nguyen Van Toan) 부회장은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하면 그간 베트남이 실행해 온 세금 인센티브에 대한 노력이 무효화되기 때문에 베트남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를 기회로

반면 여러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이 베트남에 타격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동시에 베트남이 국제 무대에서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주장했다. 세제 혜택 일변도의 투자 유치 정책을 한층 다원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베트남 재정부 금융전략정책연구소 레 티 투이 번(Le Thi Thuy Van) 부소장은 "베트남은 글로벌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는 다국적 기업의 이전 가격 및 탈세 방지 노력에 있어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베트남 계획투자부 외국인투자국 응우옌 아인 뚜언(Nguyen Anh Tuan) 부국장 역시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베트남이 최적의 메커니즘과 정책을 되돌아보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가 새로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적절한지,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요구를 적절하게 지원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경쟁 우위로 대체되어야 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베트남 BIDV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껀 반 륵(Can Van Luc) 박사는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에 참여하는 것이 베트남의 국제 통합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전했다.

특히 국제 관행 및 국제적 표준을 준수하면서 외국 파트너와 투자자들에게 베트남의 이미지를 한층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베트남의 세법 체계를 완성하고 세금 인센티브를 줄이는 대신 투자 환경 및 인프라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정책 개정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거론됐다.

베트남 세관총국에 따르면 베트남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인세 수입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 해당 기업들은 자국 등에 세금 차액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는 베트남이 글로벌 최저한세에 참여하더라도 FDI 자본을 계속 유치할 수 있는 신속한 정책과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 베트남 지사의 로버트 킹(Robert King) 부사장은 현재 베트남이 직면한 정책 문제는 과세 권리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동시에 유리한 투자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그는 베트남이 국내 표준 최저한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투자자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 지원은 최저한세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상에게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유로참 대표는 소득세 이외의 세제 혜택으로 수입세 면제, 토지세 면제기간 연장, 비용, 특히 연구개발비에 따른 인센티브 등 투자 장려 방안을 제안했다.

호 득 퍽 베트남 재정장관 사진베트남통신사
호 득 퍽 베트남 재정장관 [사진=베트남통신사]

 

FDI 증가

사실 베트남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있다. 이미 지난 수년간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 유력시되어 왔음에도 해외 기업들은 꾸준히 베트남을 찾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한 예로 레고 그룹이 작년 11월 3일 빈즈엉에 10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은 레고가 법인세 인센티브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공장 건설을 시작할 당시 레고 측은 베트남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시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레고 그룹이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 때문만이 아니라 베트남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행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아동 비율이 높은 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며, 레고가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해당 지역의 소비자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잠재 시장으로 평가했다. 동시에 베트남에는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인력도 있다.

경제 전문가이자 전 베트남 통계총국 국장인 응우옌 빅 럼(Nguyen Bich Lam) 박사는 FDI 기업들이 베트남의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여부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업들이 15%의 세율로 법인세를 납부하면서 베트남 정부에 투자, 생산 및 사업을 장려하는 등의 우대 정책을 요청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응우옌 티 빅 응옥(Nguyen Thi Bich Ngoc) 계획투자부 차관은 2021~2030년 외국인 투자 협력 전략을 통해 ‘이익조화, 위험분담’ 정신으로 투자 당사자의 이익과 국가 및 국민의 이익 간 균형을 보장한다는 자세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획투자부는 외국 투자에 관한 정부 자문 기관으로서 새롭고 즉각적인 상황에서 모든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인센티브 정책이 글로벌 최저한세 기준과 호환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있다”며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과 관련한 계획투자부의 우대 정책 개발 및 신규 투자 지원에 대한 접근 방식에는 정책에 대한 영향 평가, 인센티브 대상, 공정성 보장 등 몇 가지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투자 환경 개선 기회

글로벌 최저한세로부터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특히 이를 통해 베트남의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추진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 베트남 정부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투자 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투자 유치를 위한 우대 정책은 여러 국가에서 배우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베트남은 이전의 세금 인센티브를 국제 약속 및 관행과 일치하는 다른 정책 및 인센티브로 바꿔 나가야 한다. 동시에 기존 투자자를 유지하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 환경을 혁신하고 개선해야 한다.

한 예로 베트남은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 개발에 투자하거나 인적자원 훈련 등에 있어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재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간접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솔루션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비용 절감을 도와 경쟁력 향상과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가 크고, 파급 효과가 있는 동시에 국내 경제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국립경제대학교 호앙 반 끄엉(Hoang Van Cuong) 부총장은 베트남이 추가 세금을 징수할 경우의 우대 및 지원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세금 인센티브를 누리지 못하더라도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인센티브가 여전히 있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글로벌 최저한세의 적용은 추가 세수로 인한 예산 수입 증가 및 탈세·이전가격 현상 제한 등 베트남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세제 혜택 정책으로 누리던 우위는 사라지겠지만 대신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공급망 및 인프라 개선 등 투자 환경을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트남 풀브라이트 대학의 경제 전문가 도 티엔 아인 뚜언(Do Thien Anh Tuan) 박사는 베트남이 세제혜택을 통해 FDI를 유치하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베트남 인력이 외국인 투자자 유치의 주요 매력이 되도록 노동의 질에 대한 투자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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