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광군제…中 새로운 소비트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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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3-11-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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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웨이 열풍으로 한층 더 뜨거워진 '궈차오'

  • 반려동물에도 밀렸던 남성들의 '반란'

  • 광군제 특수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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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 싱글데이)’가 12일 막을 내린 가운데 ‘궈차오’와 남성소비자의 부상이 올해 소비 키워드로 떠올랐다. 9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화웨이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한 남성이 화웨이 제품을 구매한 후 매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솽스이(雙十一·더블 일레븐)’라고도 불리는 광군제는 ‘독신자의 날’이라는 뜻으로,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2009년 싱글들을 위해 만든 온라인 할인 행사다.

광군제 매출 규모는 미국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 그만큼 중국 내수 경기는 물론 소비 트렌드도 엿볼 수 있어 전 세계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올해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맞이하는 첫 광군제인 데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속에 진행되면서 중국 안팎의 관심이 뜨거웠다. 
 
화웨이 열풍으로 한층 더 뜨거워진 ‘궈차오’
올해 광군제 소비 키워드를 꼽자면 ‘궈차오(國潮)’와 ‘남성 소비자의 부상’이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와 트렌드를 의미하는 ‘차오’의 합성어다. 외국 브랜드 대신 자국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중국의 애국 소비 성향을 뜻한다. 2018년부터 중국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궈차오는 지금까지 줄곧 중국의 주요 소비 트렌드로 꼽혀왔다. 특히 지난 8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자체 개발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은 이후 궈차오가 다시 한번 뜨거워지면서 광군제까지 열기를 이어갔다.

중국 국제 전자상거래센터 연구원의 분석 결과 광군제 기간 온라인 판매 상위 20개 브랜드 중 중국 토종 브랜드가 11개에 달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톈마오·징둥 등의 판매 데이터도 궈차오 열풍을 뒷받침한다. 톈마오 입점 중국 브랜드 243개의 판매액이 1억 위안(약 180억원)을 넘어섰고, 징둥이 할인 행사를 개시한 지난달 23일 밤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 룽야오(榮耀·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판매량은 1초 만에 1억 위안을 돌파했다.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의 광군제 예약판매 기간 매출 탑 50 브랜드 중 중국 브랜드는 총 31곳에 달했다.

특히 중국 토종 뷰티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징둥이 할인 판매를 개시한 첫 10분 동안 중국 뷰티 브랜드 보차이야(泊莱雅·프로야)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70배 가까이 뛰었고, 펑화(蜂花)와 위메이징(郁美凈)의 판매량 역시 동기 대비 각각 20배, 10배 급증했다. 톈마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약 판매 시작 직후 4시간 동안 중국 신생 뷰티 브랜드 10곳이 뷰티 브랜드 판매 톱 2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이다. 사실 이 같은 궈차오 흐름은 이미 글로벌 뷰티 업체들의 실적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최근 시세이도와 에스티로더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각각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을 낮춰 잡았다. 그 여파로 이들 기업 주가는 하루 새 14~18% 폭락하기도 했다.

뷰티업계 궈차오 열풍은 중국 온라인 화장품 소비의 큰손이자 새로운 소비 주역인 주링헝우(九零後·1990년대생)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생)가 값비싼 기존의 글로벌 브랜드보다는 새로운 브랜드,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핀둬둬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사는 합리적 구매로 전환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층이 고가의 외국 브랜드를 대체할 만한 저가의 국산 제품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반려동물보다도 밀렸던 남성들의 ‘반란’
‘남성들의 반란’도 눈에 띄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린이, 젊은 기혼여성, 장년층, 반려동물, 남성 순으로 물건을 많이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남성들의 소비력이 약했다. 하지만 올해 광군제에는 남성 관련 제품 판매량이 처음으로 반려동물용품을 앞질렀다. 톈마오의 판매 데이터를 보면, 남성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은 로드바이크, e스포츠 용품, 바람막이 순이었다. 이 중 로드바이크 매출은 3배 늘었고, e스포츠 용품과 바람막이는 각각 114%, 90% 증가했다. 지난해 1~3위가 마오타이주, 낚시용품, 바람막이였던 것과 비교해 1, 2위 제품이 완전히 새로운 품목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성들이 삶의 질과 건강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인색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e스포츠라는 신흥 업종이 부상한 것도 남성 소비자들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남성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소비 시장에서 운동복, 비타민 등 건강 관련 용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전자상거래 자문업체인 WPIC의 제이컵 쿡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중산층 및 상류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강, 라이프스타일, 자기표현을 향상시키는 제품과 경험에 대한 ‘엄청난 욕구’를 발견했다며 “(중국) 소비자들은 실제로 이러한 분야에서 소비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고 짚었다.

실제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나이키는 지난 6~8월 중국 시장 매출이 17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룰루레몬 역시 올해 2분기 중국 매출이 61% 급증했다. 총매출 증가율인 1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쿡 CEO는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가 여러 거시적 압박 속에서도 정가 판매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중국 소비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광군제 특수는 ‘글쎄’  
다만 온라인 쇼핑몰마다 연중 할인행사를 별도로 하고, 광군제 이외에도 6·18 징둥 쇼핑축제 등 각종 온라인 할인행사가 넘쳐나 광군제 쇼핑 마케팅에 대한 피로감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더욱이 경기 둔화 영향까지 겹치면서 광군제 흥행 성적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징둥은 코로나19로 판매가 부진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결과 보고서만 내놨다. 알리바바는 “이용자와 (광군제 참여) 판매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문량과 거래 총액이 증가했다”고만 설명했다. 징둥 역시 “거래량, 주문량, 사용자 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자사 플랫폼을 이용한 일부 브랜드의 매출액만 언급했다.

이들 기업들이 총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광군제 열기가 예상보다 시들했던 탓으로 보인다. 중국 유통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싱투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 기간 온라인 플랫폼 판매총액은 1조1368억 위안(약 205조8300억원)으로 지난해 행사(1조1154억 위안) 때보다 2.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년 전 성장세(13.7%)에 비하면 크게 꺾였다. 

블룸버그통신은 “광군제는 전통적으로 중국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는데 리오프닝이 이뤄진 올해 소비 심리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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