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선택과 집중'…에쓰오일, 결국 '송원산업' 인수전서 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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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3-11-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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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S-OIL)이 국내 정밀화학 기업인 송원산업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에쓰오일의 내부 프로젝트의 차질 및 업황악화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겹친 탓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송원산업 인수 예비후보자군에 선정돼 검토를 진행해왔으나, 결국 인수 절차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전날 공시했다. 송원산업은 글로벌 산화방지제 시장에서 1위인 독일 바스프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인수 포기와 관련해 당사가 송원산업 측과 체결한 비밀유지협약으로 인해 공시 내용 외에 추가로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송원산업 인수는 본업인 정유에서 석유화학 및 정밀화학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현재 에쓰오일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암초에 부닥치며 인수합병(M&A) 등 추가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9조원을 투입해 한국 최대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 '샤힌 프로젝트'는 현장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하루 최대 1만700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플랜트 공장을 국가보안시설로 분류한 17년 전 규제에 묶여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 송원산업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무리라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M&A 역사는 2017년 이후 끊겼을 정도로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고, 신중한 편"이라며 "대주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샤힌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는데, 이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가 침체 국면인 것도 에쓰오일이 인수전에서 빠진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중국발 과잉 공급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대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는 지난달 215달러로 전월(151달러) 대비 개선됐지만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는 정밀화학 부문도 동반 악화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송원산업의 실적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83.4%, 영업이익은 239.6%나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부터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7.7% 줄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본업에 힘을 빼고 신사업에 몰입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주요 업체는 각국에 탈석유·친환경 기조에 맞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6월 롯데삼강케미칼에 이어 지난달 롯데케미칼자싱까지 최근 중국에서의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 시설을 모두 정리했다. 그 대신 분리막·태양광 소재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SKC는 폴리우레탄 원유사업을 하는 'SK피유코어' 지분을 모두 팔고, 매각대금 4103억원을 활용해 배터리, 반도체, 친환경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SKC는 지난달부터 말레이시아 동박공장의 상업생산을 개시했고, 내년 초부터는 2공장도 가동에 들어간다. 베트남에서는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소재 생산시설 건설에 나선 상태다.

LG화학은 올 4월 정비 목적으로 나프타 공장인 여수 NCC 2공장을 중단하기도 했었다. LG화학은 대신 태양광 소재인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나 배터리 양극재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에쓰오일 공덕 본사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공덕 본사 [사진=에쓰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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