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그 후上] '자살충동' 견디려 학습지 선생님으로...백신 피해자 삶은 여전히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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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송윤서 수습기자
입력 2023-11-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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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5일 방문한 청계광장 코로나 백신 피해자 분향소의 모습 이날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사진남가언 기자
기자가 지난 5일 방문한 청계광장 코로나 백신 피해자 분향소. 이날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남가언 기자]


지난 5월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3년 만에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었다. 종식 선언과 함께 멈췄던 단체 모임도 재개됐다. 재택근무도 멈추고 직장인들은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전 '일상'을 완전히 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청계천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분향소'는 여전히 3년 전에 시간이 멈춰 있다. 모두의 관심 밖이 돼버린 피해자들과 피해자 유족들은 백신으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청계광장 분향소 시민들 발걸음 '뚝'

분향소는 지난해 1월 청계천 광장에 처음 설치됐다. 한때 추모객들로 관심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분향소는 이제 시민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했다. 얼룩지고 때 탄 천막 안 80여 명의 피해자들 영정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기자가 지난 5일 분향소 앞을 지켜봤지만 1시간 동안 분향소 안을 들여다본 사람은 외국인 관광객 단 한명뿐이었다. 

이제 분향소를 찾는 발걸음은 없지만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원들은 여전히 평일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분향소에 상주하며 피해자 영정을 지키고 있다. 주말에는 회원들 중 희망자를 받아 당직제로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장성철 코백회 부회장은 "처음에는 매일, 24시간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상주했는데 이제 회원들도 많이 지쳤다"며 "각자 생계도 이어가야 하다 보니 평일 상주 시간을 줄이고 주말에는 지원한 회원에 한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광장 앞을 서성거리던 한 중년 여성은 '코로나 백신 피해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백신을 맞고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일상생활을 거의 하지 못하는 사람을 봤다. 자비로 병원을 다니던데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머뭇거리며 "평소에 백신 피해자 분향소나 추모제에 가 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개인이 과학적으로 백신 접종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성을 증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되고 지금은 다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생활을 되찾으면서 아무래도 시민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씁쓸해 했다. 
 
'일상' 못 찾은 백신 피해자…오랜 꿈마저 포기

백신 피해자 유족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일상을 되찾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의 아들 지용씨는 2020년 2월 꿈꾸던 재활치료사로 한 병원에 취직했다. 취직 후 한달 만에 보건의료인력 우선 접종 권고에 따라 백신을 맞은 그는 10시간 만에 사지마비를 겪어야 했다. 지용씨에게는 기저질환도 없었다. 당시 지용씨의 나이는 고작 25살이었다. 

늦은 밤 갑작스러운 고통에 응급실에 실려 간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도 별다른 치료 방법은 없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과 사지마비 간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행정소송을 내고 법원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용씨는 재활치료사의 길은 완전히 포기했다. 김 회장은 "(아들이) '내가 몸을 움직이는 게 부자연스러운데 어떻게 환자들의 재활 치료를 도울 수 있겠냐'며 치료사는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며 "대학생 때부터 재활치료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병원에 취업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겨 부모로서는 굉장히 분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자살 충동까지 겪던 지용씨는 이제 방문 학습지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습지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고통이나 통증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된다"며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그때만큼은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분향소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더 이상 분향소에 향을 꽂는 이가 없어도 묵묵히 청계광장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새벽에 혼자 지게차를 불러 화단을 치우고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설치한 뒤에도 겨울 추위를 견디며 3개월 동안 철거하지 못하도록 밤낮으로 분향소를 지켰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가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를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국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는데 정부가 폭넓게 백신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에도 팬데믹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민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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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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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님부터 이렇게 어려움과 피해를 입은 자국민을 돕겠다 약속하고 돕지않으면 그아래 어느누가 자신의 공약과 약속을 지키겠습니까 단지 자신의이익을위해 기념사진이나 남기고 거짓 기사로 마치 행한것처럼 시늉만할겁니다. 안전과 건강을 보장한 백신에 대한 모든 말과 기사를 어서 실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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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국가를 믿고 접종한 백신이 우리의 모든것을 바꿔놨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건강을 일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에대해 답하지 않고 회피만 합니다
    지금이라도 약속한 공청회 개최하고 단일법안 입법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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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팬데믹은 잊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피해 가족들은 오늘도 눈물과 한숨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 과연 국가란 있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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