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개미 환호하는 무상증자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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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레 기자
입력 2023-11-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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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공시 중 하나가 무상증자 관련 공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발행하는 새로운 주식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반깁니다.

우선 증자란 말 그대로 기업이 자본금을 늘리는 행위입니다. 그럼 기업들이 어떻게 자본금을 늘리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죠. 대부분의 주식회사들은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합니다. 바로 새로운 주식을 찍어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증자 목적으로 발행된 신주를 향후 운영자금이나 설비투자를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돈을 받고 팔면 '유상증자'가 되고, 회사 잉여금을 끌어다 찍어낸 신주를 아무 대가 없이 나눠주면 '무상증자'가 되는 것입니다.

즉, 자본금을 늘리는데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이를 마련하는지 여부에 따라 증자 종류가 갈리는 것입니다. 더 쉽게 유상증자는 자금 외부조달, 무상증자는 자체조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인식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를 보통 악재로 여깁니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를 기업 현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만큼 신주를 발행하는 탓에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이와 비례해 떨어지죠. 여러모로 악재성 재료로 읽힙니다.

무상증자는 이와 반대로 인식됩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우량한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본금을 늘린다고 이해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무상증자를 튼실한 재무건전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에 무상증자는 대체로 단기 주가 상승 재료가 됩니다.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증빙하는 효과 외에도 새로 발행한 주식 값어치만큼 기존 주식의 가치도 희석됩니다. 다만,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됩니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만큼 거래량과 유동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여기에 신주 배정 비율이 높을수록 주가는 더 큰 상승 폭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지난 6일 보험회사 코리안리는 장 종료 후 무상증자결정 공시를 제출했습니다. 다음 날인 이달 7일 주가는 전일 대비 410원(4.80%) 오른 895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일 상승률 기준으로는 지난 8월14일 기록한 5.58% 다음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코리안리는 해당 공시를 통해 한 주당 액면가 500원을 바탕으로 2454만4587주를 무상으로 주주들에게 교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모든 주주 대상이 아닌 이달 19일까지 코리안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한 주당 0.2주를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단, 19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17일까지 갖고 있어야 합니다. 

신주배정기준일 자체는 이달 21일이지만 배정 받을 주주를 정하는 증자대상명부에 이름이 오르려면 적어도 기준일보다 2거래일 전까지는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한 주 당 0.2주를 준다고 했으니 무상증자 비율은 20%이고 5주를 갖고 있어야 하나의 온전한 주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7주를 보유한 주주가 있다면 배정 받을 주식 수는 1.4주(7*0.2)가 됩니다. 즉, 신주 1주는 온주로 받고 나머지 0.4주는 단주 기준가로 현금 지급됩니다. 회사는 이 같은 1주 미만의 단수주에 대해 신주 상장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지급한다고 명시해 놨습니다. 

코리안리의 무상증자 신주 상장 예정일이 다음 달 12일인데 만약 이날 주가가 1만원을 기록한 채 모든 정규 거래를 마무리하면 지급받을 단주기준가는 4000원(1만원*0.4주)이 됩니다.

공시에 보면 가장 중요한 '신주권교부예정일'이 누락돼 있습니다. 회사는 전자증권제도 시행에 따라 해당 사항이 없는 점, 관계기관과 협의에 따라 교부일이 바뀔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기재를 생략했습니다. 

이 경우 우편이나 이메일, 메신저 등 다른 통신수단을 통해 무상증자 신주 배정 통지서가 발송됩니다. 통지서에는 신주 교부일 뿐 아니라 단주대금지급일도 기재돼 있습니다. 

이렇게 이사회 결의부터 신주 상장, 단주대금 지급까지 무상증자 전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만 무상증자 이슈 자체를 맹신해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무상증자는 잉여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단지 자본금으로 끌어오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쉽게 얘기하면 무상증자는 피자 한 판을 무상증자 비율에 따라 잘게 쪼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큰 한 조각이 무상증자 후에는 작은 두 조각으로 변해있는 것 뿐입니다. 보유한 피자 조각 크기는 무상증자 전이나 후나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무상증자 테마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의 실질가치 변동이 없음에도 무상증자 가능성 또는 결정 사실만을 근거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투자에 앞서 회사의 공시 등을 통해 무상증자 일정(신주배정기준일, 신주 상장일) 등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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