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년연장·고용세습 포기했지만…올해 임단협이 남긴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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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입력 2023-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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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기아가 무분규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자동차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번 임단협에서 현대차·기아 노조는 "절대로 포기 못한다"던 정년 연장과 고용세습 안건을 포기하는 대신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이끌어냈다. 

기아 노사는 지난 17일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합의안이 통과하면 기아 노사는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양측 의견차가 가장 컸던 고용세습 조항은 단체협약에서 빼기로 했다. 대신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무상주 34주 등 역대급 보상안이 포함됐다. 기본급과 성과급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먼저 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차 노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차 정년 연장이 빠졌다. 현재 현대차 정년은 만 60세다. 노조는 올해 협상 과정에서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3세에 맞춘 만 64세 정년 연장을 요구해왔다. 현대차 내 50세 이상 직원은 총 3만2101명으로 전체(7만3431명)의 44%에 달한다. 30세 미만(12%), 30세 이상 50세 미만(43%)에 비해 많다. 임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정년을 앞두면서 정년 연장이 노사 협상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대신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대비 연봉인상률 12% 수준의 인상안을 받아냈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파업은 물론 정년 연장·고용세습 등의 안건을 수년째 사측 압박용 협상카드로 쓰고 있다. 매년 정년 연장이 노사 협상에서 화두로 떠올랐고,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했다. 노조는 "교섭 초기부터 이야기했다"며 "파업을 (협상을 위한) 목적으로 안 쓰지만 파업하면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역대 최고 규모의 임금안을 받아냈다.

이 같은 임단협 결과는 계열사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현대로템·현대엠시트·현대비앤지스틸 등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4곳의 6개 노동조합 지회도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성과금과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며 사상 첫 공동파업에 나선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만7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61.1%에 그친다. 대다수가 20~30대일 것으로 추정되는 ‘취업준비자’는 67만9000명에 달한다. 최악의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들의 희망은 뒤로 한 채 당연히 사라져야 할 ‘카드’를 내세워 역대급 성과를 끌어내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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