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녹색·순환 경제 전환 트렌드…베트남 섬유의류산업의 새로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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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기자
입력 2023-10-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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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롱비엔 득장 봉제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하노이 롱비엔 득장 봉제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디지털 전환과 녹색 및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세계 산업계의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섬유의류산업은 큰 변화기를 맞고 있는 산업의 하나로 꼽힌다. 이에 섬유의류산업의 효과적인 발전 방향과 솔루션을 찾는 것이 베트남의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전환 로드맵

현재 전 세계 경제와 환경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경제 및 산업 구조를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베트남의 섬유의류 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섬유의류 산업은 많은 노동력과 토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주요 소비 산업 중 하나이다. 따라서 섬유 제품의 생산과 소비의 확대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이에 지속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공부 산업무역정보센터 딘 티 바오 린(Dinh Thi Bao Linh) 부센터장은 전 세계 섬유 및 의류 생산량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약 두 배 증가했고, 그 후에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류와 신발 소비는 앞으로 2030년까지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자원 순환 공정을 통해 섬유 제품의 수명을 9개월 늘리면 탄소, 물, 폐기물 배출량을 20~30% 줄이고 생산 비용을 2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섬유 제품의 단 1%만 순환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7년부터 의류 및 신발 산업 공급망 실사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베트남 섬유 및 의류의 주요 수입 시장인 EU도 올해 발표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통해 순환적이고 지속 가능한 섬유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통계에 따르면 EU에서 소비되는 직물의 약 73%가 해외 시장에서 수입된다. EU는 1인당 7.4㎏의 직물을 생산하고 거의 26㎏를 소비하므로 항상 수입 초과 상태이다. 코로나19 이전에 EU는 2019년 기준 800억 유로에 달하는 전 세계 최대 의류 수입처 중 하나였다.

따라서 그린딜은 의류 디자이너, 제조업체부터 소비자인 EU 국민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자들에게 패션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한다. 앞으로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 섬유의류 제품이 EU의 표준으로 자리잡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베트남 섬유의류 산업의 도전 과제와 기회

하지만 베트남 섬유의류 산업은 아직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충분치 못한 모습이다.

호찌민시 국립대학교 산하 순환경제개발연구소(ICED) 전문가인 쯔엉 티 아이 니(Truong Thi Ai Nhi) 박사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 최고의 섬유 및 의류 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쟁력은 취약한 수준이다. 베트남은 주로 아웃소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 수요 파악에도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국산화율은 30~35%에 불과하다.

섬유 및 염색 부문의 경우, 중앙 집중식 폐수 처리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섬유 산업 단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 노력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산업의 지속가능한 순환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산업 내외의 연결이 형성되지 않았고 인적자원 부족 문제, 특히 혁신을 주도하는 고급 인적자원과 컨설턴트의 부족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전환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렇듯 베트남 섬유의류 산업계가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이다.

하지만 상황이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산업 트렌드 변화 속에서 베트남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딘 티 바오 린 부센터장에 따르면 EU는 지속가능한 녹색 및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등 다른 경쟁 국가들 역시 섬유 산업 전환에 대한 대응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베트남이 이를 앞서 실시하면 오히려 수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브랜드 및 구매자를 위한 제품 테스트, 평가 및 인증 전문 회사인 TUV 라인란드 베트남(TÜV Rheinland Vietnam)의 응우옌 티 투이 전문가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경우, 약 200개 정도의 친환경 공장이 있는데 해당 공장들은 친환경 및 에너지 설계 인증인 LEED 인증이 아니라 글로벌 재활용 표준 GRS 인증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베트남의 많은 공장들 역시 GRS 표준을 충족했으며, 방글라데시는 오히려 실제 베트남 공장이 그들보다 현대적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방글라데시는 단순하고 저렴한 섬유의류 제품의 주문만 받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고급 부문, 현지 브랜드, 자체 디자인 및 맞춤형 양복과 같은 더 높은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흥옌성 흥롱공장 수출용 의류 생산과정 사진베트남통신사
흥옌성 흥롱공장 수출용 의류 생산과정 [사진=베트남통신사]

 

연결성 향상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는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베트남 섬유 및 의류 기업의 상황에 매우 부합하는 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전환하기를 원하지만 자원 부분에서 여전히 한정적이다.

호찌민시 산업대학교 팜 티 홍 프엉 박사는 바나나 섬유와 판단(열대작물) 잎으로 직물을 생산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1킬로당 약 20만동(약 1만1100원)에 달하는 섬유 생산 비용 때문이다. 반면 현재 수입 원사의 최고 가격은 킬로당 약 8만동(약 4400원)에 불과하다.

프엉 박사에 따르면, 베트남 섬유의류업계가 마주친 난관 중 하나는 친환경 및 지속 가능 프로젝트 규모가 너무 커서 한 기업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많은 협회가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연결성이 부족하고 협회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

프엉 박사는 "많은 기업을 하나로 연결해야 하며, 섬유 체인에서는 다음 단계가 이전 단계의 고객이기 때문에 원형 체인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협회를 중심으로 연결을 이루어 기업은 이익을 얻고 이를 적용하여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비슷한 예를 가진 다른 나라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형적인 예로 스웨덴 섬유 및 패션 산업의 전체 가치 사슬에 걸친 순환 모델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포장지와 포장 사업을 함께 하는 모델을 가지고 있다. 고객은 해당 포장지를 사용해 상품을 반송할 수 있다.

더불어 △디자인 의류 렌털 서비스 모델 △온라인 중고 판매 모델 △B2C, B2B 신속 의류 수선 서비스 모델 △구형 모델을 리콜하고 재판매하는 프로그램 △분해 가능하고 오래 지속되는 의상 디자인 모델 △재료 절감 및 재사용 모델 △순환 운송 모델 등이 있다.

같은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에는 농업폐기물(섬유재료)을 처리하는 기업 연합이 있다. 이 연합에는 나뭇잎과 같은 식물이나 농업 폐기물 등에서 새로운 직물 섬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많은 기업과 조직이 있다. 방글라데시는 순환 패션 프로모션(CFP)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후에원사공장 생산활동 사진베트남통신사
후에원사공장 생산활동 [사진=베트남통신사]

 
상호보완적 방안 필요

베트남섬유의류협회(VITAS)는 최근 전망을 통해 섬유의류산업의 생산 및 수출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주문 부족으로 인해 올해 말까지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올해 390억~400억 달러의 수출 목표를 달성하고, 계획대로 2030년까지 베트남 섬유 및 의류 개발 전략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호보완적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우선 국가적 측면에서는 상공부, 환경부가 관련 부처들과 협력을 통해 환경 관련 법령 및 제도를 정비해서 기업 활동에 대한 투명성, 타당성 및 편의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부는 섬유, 의류, 가죽, 신발 분야의 친환경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널리 전파하고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기술을 식별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력해야 한다. 또한 투자 프로젝트, 특히 환경 문제에 민감한 프로젝트를 평가해야 한다고 딘 티 바오 린 부센터장은 말했다.

이외 친환경 및 지속 가능 사업 모델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한 금융, 세제 혜택 지원도 필요하다. 호찌민시 등 베트남 주요 지역에는 이미 혁신, 지속 가능한 개발, 배출 감소 등에 관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많은 해외 자금원이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전문 기관, 과학 연구 기관, 협회를 통하거나 직접 접근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VITAS는 산업 트렌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다음과 같은 3가지 핵심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첫째, 인력, 특히 핵심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친환경 및 디지털 혁신을 위한 인적 자원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둘째, 고객을 유지하고 강점이 아닌 분야 혹은 수익성이 없는 부분의 주문도 받음으로써, 근로자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고객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비즈니스에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VITAS는 앞으로 정부와 섬유의류업계 간 효과적인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녹색-청정-지속 가능한 방향으로의 산업 발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제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베트남 섬유의류업체들이 전 세계적인 산업 트렌드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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