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후변화 리스크의 경제적 파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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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장
입력 2023-10-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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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장
이범호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장

근래 지구촌 곳곳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호주, 중국, 유럽, 미국, 모로코, 브라질 등에서 홍수, 가뭄, 폭염, 산불 피해 등이 속출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지구온난화는 국제기구, 경제 전문가 등 사이에 핵심 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리스크의 경제적 파급 영향이 크고 대응의 필요성도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후변화 리스크는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로 구분될 수 있다. 물리적 리스크란 기후변화 자체에서 유발되는 물적 피해를 의미하는데 홍수, 가뭄,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한 급성 물리적 리스크와 점진적인 지구 평균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 등으로 인한 만성 물리적 리스크가 있다.

점진적인 기온 상승이나 강수량 증가는 노동 조건이나 기후 조건에 영향을 미쳐 노동생산성 감소, 농축수산물 생산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는데 만성 물리적 리스크의 예다. 이러한 물적 피해, 생산 감소 등은 기업과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이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담보가치 하락이나 신용리스크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전환 리스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탄소 산업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과 수익 감소를 초래한다.

이는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부도)과 시장위험(주가 하락)을 증대시키고 금융기관의 고탄소 산업 관련 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 모두 실물경제 악화와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리적 리스크는 각국의 기후적 특성, 지리적 위치 등 주어진 자연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반면 전환 리스크는 산업 구조,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별로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에 처한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탄소 배출 감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물리적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전환 리스크가 크면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리스크가 크더라도 탄소 배출의 '외부성 효과'로 인해 무임승차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인 이유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기구는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금융 관련 국제적 기준을 마련해 회원국에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 등을 포함하는 기업 기후공시 체계와 기후 리스크를 감안한 금융기관 감독 기준이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도 EU의 탄소국경세 등은 고탄소 배출 상품의 수입 억제를 통해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떤가. 다행스럽게도 국내 물리적 리스크는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4~2018년 중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연재난 피해 규모 비중이 0.01%로 전 세계(0.16%)보다 크게 낮았다. 중앙은행과 감독기구의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의체인 녹색금융협의체(NGFS)에서도 우리나라 물리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이 작지 않을 수 있다. 전환 리스크는 비교적 클 것으로 평가된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조업 비중이 약 28%(2019년 기준)로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데다 에너지원도 화석연료 비중이 64%(2020년 기준)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7위(2020년 기준)에 이른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여건을 감안할 때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국내 탄소 배출량 감축, 탄소 저감 기술 도입 등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BIS는 기후위기를 '그린스완'으로 명명했다. 발생 시점이나 영향의 정도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또 인류 생명에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충격이 비가역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현재는 비용을 수반하지만 미래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 투자하다 보면 신산업 발전, 나아가 '그린뉴딜'과 같은 뜻하지 않은 블루오션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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