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뒤덮은 전운…세계 경제, 혹한의 터널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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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10-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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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 가자지구 통치 정당성 강화 노려

  • 이스라엘 공격하며 경제 불확실성 증대

  • 미-이란 대리전 확산 땐 사태 악화일로

  •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회귀 망령

 
10월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EPA 연합뉴스
10월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1970년대의 데자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촉발된 중동 긴장이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이-팔 전쟁이 확대될 경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으로 세계 경제가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원인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을 꼽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물가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화하자, 하마스가 통치 정당성을 위해 이스라엘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중동 긴장에 세계 경제 1970년대로 회귀하나
10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경우 세계 경제가 혹한의 터널로 진입할 수 있다.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오늘날 1970년대를 되돌아보면 현재와 놀랄 만큼 유사한 점이 많다”며 1970년대에 나타났던 경제난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짚었다. 1973년부터 1983년까지 다수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급락했지만, 전 세계 인플레이션은 평균 11.3%에 달했다.

1970년 10월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면서 발발한 욤키푸르 전쟁으로 당시 유가는 폭등했고, 글로벌 경제는 10년 넘게 ‘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신음해야 했다. 

전문가 다수는 이-팔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사태를 경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적인 충돌에 휘말리게 된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이란은 이라크에서 출항하는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로 확인될 시 미국은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는 해상 항로에 영향을 미쳐 원유 운송 및 보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란은 그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각국 선박을 공격하거나 나포하는 식으로 위력을 과시해왔다. 이란은 지난 2019년 7월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2021년에는 한국 국적 유조선 1척을 나포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이란은 약 20척에 달하는 상선을 공격하거나 나포했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 감소도 국제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이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씩 줄일 때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씩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긴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기조를 접을 것이란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협상이 후퇴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커서다. 전쟁 발발 하루 전인 지난 6일 외신들은 미국 중재 하에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사우디가 그 대가로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동에서는 최근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외에도 중국 중재에 의한 사우디-이란 간 외교 정상화 등 화해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이번 충돌로 유화적 분위기가 후퇴한다면, 중동 지역 전체가 재차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하마스 지금 왜 공격, 왜? 가자지구 생활고 분석도
하마스는 성지를 방어하기 위해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대인 운동과 이스라엘 극우 정부로부터 성지 알아크사 사원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에서 극우 정당을 포함한 네타냐후 정권이 출범한 뒤,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 토벌을 명목으로 팔레스타인 자치구 요르단강 서안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는 등 이-팔 관계는 긴장 국면이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기습 공격의 원인으로 팔레스타인의 극심한 경제난을 꼽는다. 인플레이션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활이 벼랑 끝으로 몰린 가운데 하마스 지도부가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하마스는 지난 2007년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몰아내고 실권을 장악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하마스 지도부는 지난 16년 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보다 통치 능력이 우월하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시도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며 “경제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는 과거 자치 정부보다 법 집행 등의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가자지구 내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홈페이지에 게시된 가자지구 내 비정부기구 알메잔이 지난 2월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 내 상품과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특히 생필품 가격이 치솟았다. 팔레스타인 경제부가 알메잔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단 몇 개월 간 밀가루(22.7%)를 비롯해 설탕(24.5%), 육류(5.5%), 식용유(11.1%), 연료(7.5%), 계란(27.2%)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실업률은 지난 2022년 기준으로 47%에 달했다. 민간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가운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비중은 90%에 달했다. 북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상인 A는 “식품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줄었다”며 “사람들은 생필품 구매는 물론이고 대출을 갚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게 매출이 40%나 줄었다”고 알메잔에 토로했다.
 
한 식품 수입업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생필품, 특히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무섭게 올랐다”며 “수입 상품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상인이 없다. 모두들 대출을 갚느라 휘청일 지경”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PCBS)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빈곤율은 53%에 달한다. 가자지구 주민의 3분의 1(33.7%)이 극빈층이다.
 
앞서 OCHA는 올해 1월 “가자지구 주민의 58%가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수많은 이들이 매우 재앙적인 상황에 빠져있다”고 보고했다. 알메잔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자지구 주민, 특히 취약계층에 타격”이라며 “영양실조와 식량 부족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포린폴리시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맞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짚었다. 이어 “그들(하마스)은 가자지구의 평범한 사람들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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