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이지만 주거용으로 쓰여온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가 내년 말로 유예됐다. 생숙 소유자들이 숙박업 신고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다. 소유주들은 당장 1년 2개월가량의 시간은 벌었지만 근본적인 요구책이던 생숙 용도변경과 규제 소급적용 제외는 멀어졌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25일 국토부가 발표한 생숙 대책에 대해 업계 및 시장에서는 "생숙은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 정책 혼선을 줄인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생숙이 부동산 시장에서 편법 활용되도록 방관한 책임과 이에 따른 시장 혼선 등의 부작용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했다.
수요자들도 대책의 골자인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는 시간 끌기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미봉책'이라고 비난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주거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정책 홍보를 하면서 생숙 규제만 시대착오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생숙 소유자(실거주자)는 "정부는 주거용 상품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2015년부터 각종 공문서에는 레지던스를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면서 "멀쩡하게 잘 살던 집을 1년 뒤에는 나가든가, 위탁업체를 통해 운영하든가, 숙박업으로 돌리라는 얘기인데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생숙 소유자도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 이전 단지들의 경우 주거로 사용하면 주택수에 포함하고 양도세, 재산세 등 보유세를 주택 기준으로 부과하면 되고, 숙박업 이용 소유주들에게는 숙박업에 따른 소득세를 부여하면 생숙을 둘러싼 갈등이 간단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숙박업위탁강제조항은 사유재산침해와 위탁사 갑질, 보증금 편취 등 선의의 생숙 소유주들을 심각한 위협에 노출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분양사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채 그 책임을 온전히 소유자들에게만 부담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층의 정책적 포용이 사라진 점에 대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생숙 시장의 확대는 2020년 당시 아파트, 오피스텔 등으로 확산되던 부동산 규제 강화와 집값이 폭등했던 시장 분위기를 연결해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과거였다면 주상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로 지었으면 됐을 건물들이 부동산 규제를 피하다보니 생숙으로 공급됐고, 분양단계에서도 '아파트와 비슷한 상품'으로 홍보돼 본래의 목적이 아닌 주거용으로 활용하거나 임대하려는 수분양자들이 늘어났다. 애초에 무리한 규제가 없었다면 지금의 생숙 논란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생숙에 대한 원칙은 백번 인정하지만 분명한 건 정책 혼선으로 시장의 혼란과 선의의 피해자(생숙을 주거용으로 생각하고 분양받은 수분양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라며 "편법을 행한 시행사, 분양업체도 문제지만 편법을 행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 맥락을 정부가 제공했다는 점에서 과연 100% 수분양자의 귀책사유만으로 몰고갈 수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은 생숙의 숙박시설 계도기간만 연장한 조치로, 생숙의 준주택 규제 완화를 통한 주거공급 대체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면서 "생숙을 숙박시설로 정상 이용하려는 소유자의 숙박업 신고를 유도하고, 해당 생숙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거주혼선을 줄여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향후 생숙의 주거용도 전환은 피난, 방화, 안전, 주차, 입지 기준(지구단위계획)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므로 주로 오피스텔과 섞여 복합 건설된 곳들만 제한적으로 용도변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 10월부터 2027년까지 입주를 앞둔 전국 생숙 규모만 약 2만7726실로 추정돼 이들 사업장에 대한 추가 계도와 사용승인 시 숙박업신고동의서 제출 의무화 이행여부 등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안내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