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네 탓 정치보다 내 탓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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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3-09-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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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희진 동양 시스템즈 고문
사진=노희진 동양 시스템즈 고문


무슨 일이 잘못됐을 때 원인이 내부에 존재하는데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원인을 내부에서 찾으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인을 내부에서 찾게 되면 개선의 가능성이 생긴다.
 
잼버리 파행 원인을 두고 정치 세력 간에 서로 상대방 탓을 한다. 1차 책임은 잼버리를 개최한 현 정부와 실무 준비를 한 전북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2017년 잼버리를 유치하고 준비를 소홀히 한 지난 정부의 잘못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상대방 탓을 하는 대신 파행 원인을 내부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면 의외로 파행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폭염 대책을 다 세워 두었다고 했는데 어떤 대책을 세웠고 이러한 대책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총 사업비 1171억원 중 11%에 불과한 129억원이 야영장 조성비로 편성됐다. 반면 조직위 운영비로는 전체 사업비 중 74%에 달하는 869억원이 들어갔다. 이 돈으로 전북도(55회)와 부안군(22회) 등 공무원들은 99회에 걸쳐 관련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도 공무원은 2018년 5월 성공 사례를 조사한다면서 개최 경험도 없는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6박 8일간 출장을 다녀오고 부안군 공무원은 2019년 상하이로 6박 7일간 크루즈 여행을 갔다고 보도됐다. 이러한 사례가 사실이면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전북도는 관련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 경위와 출장 결과가 잼버리 개최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7년 8월 새만금이 개최지로 선정된 지 6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잼버리 관련 공사는 2021년 11월에야 시작되었다. 새만금은 그늘이 없는 간척지임에도 불구하고 폭염 대비책이 미흡했고 샤워장, 화장실 등 필수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잼버리 개최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새만금을 선정한 배경과 기반시설 건설을 소홀히 한 잘못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잼버리를 유치한 지난 정권과 개최한 현 정권은 행사의 출발과 마무리 과정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여야 간 극단적 대립 구조와 네 탓으로 일관하는 정치 풍토가 새만금 사태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공무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일하기보다는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정치 양극화에 의한 국민 분열 현상이 심각하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살해를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FBI와 대치한 끝에 사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아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지만 정신적 내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진영 간 갈등이 심각하다.
 
정치 지도자들의 책무는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여 국민의 에너지를 모으고 선의의 정책 경쟁을 통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썼다. 여기서 준비 부족은 내 탓을 하자면 지난 정부의 준비 부족이고 네 탓을 한다면 개최한 현 정부의 준비 부족이 된다.

문 대통령 속내는 알 수 없으나 전임 대통령의 내 탓 정신은 대립의 정도가 도를 넘고 있는 정치 세력 간 갈등 완화에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현 정부하에서 일어나 잘못된 일의 원인을 네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부에서 원인을 찾고 개선하려고 노력할 적에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내 탓 정치는 상대 진영의 신뢰성을 얻어 쓸데없는 정쟁을 줄이고 사회적 갈등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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