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같은 1금융이라고요?…격차 더 벌어진 시중은행-지방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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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09-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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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과 '전국구' 대형 은행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때 일부 지방은행은 벌써부터 순익 개선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또 수출 등 지역 경기 악화 여파로 기업대출에 주력하는 지방은행들의 위기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신사업에 적극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금고와 고객 확보 등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진 형국이다. 

◆ 지방은행 자산점유율 '뒷걸음질'···'규모의 경제' 순익 차도 확대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총자산 점유율은 6.91%로 집계됐다. 총자산 점유율은 국내 은행 총자산에서 해당 지방은행 총자산을 나눈 수치를 말한다. 각 지방은행별로는 부산은행 2.0%, 대구은행 1.9%, 경남은행 1.4%, 광주은행 0.8%, 전북은행 0.6%, 제주은행 0.2% 순으로 나타났다. 6개 지방은행 점유율은 5년 전(7.61%)보다 0.7%포인트 감소해 지방은행들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격차는 개별 은행 간 자산 비교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중은행 중 자산 규모 1위인 KB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총자산 규모는 524조원대로 집계됐다. 반면 지방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은 77조원을 보유해 KB국민은행의 15%에 그쳤다. 지방금융지주 산하 지방은행 가운데 최소 자산을 보유한 전북은행은 22조원대로 국민은행 자산의 4%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은행 간 격차는 순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7조2608억원) 대비 11.5% 증가한 8조969억원으로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6개 지방은행 순익 합계는 9000억원대에 그쳤다. 최근에는 '후발주자'인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순익 역전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뱅 1위'인 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순익이 전년 대비 48% 개선된 1838억원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경남·부산은행을 제치고 부산·대구은행과 순익 경쟁을 하게 됐다. 

지방은행들은 대형 은행들의 '맹공' 속 금리 경쟁에서 밀리며 수익성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5대 지방은행의 2분기 저원가성 예금 규모는 65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72조7000억원)과 비교해 7조5000억원 감소했다. 이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의 ‘대출 실탄’으로 지방은행이 대부분 자금을 저원가성 예금을 통해 조달한다. 그런데 올해에는 저원가성 예금이 줄고 대출금리가 하락해 수익성 지표에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놓인 것이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지방은행 예금 규모도 줄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방은행 정기예금 수신액 규모는 지난 2월 기준 26조1322억원으로 한 달 만에 1조5391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 총 정기예금이 2조4266억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고금리·고물가 기조 속에서 지방은행을 찾는 수신고객 수가 줄어드는 등 예금 감소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지역금고, 지방은행 전유물? 옛말"···시중은행과 경쟁서 밀려 입지 축소

지방은행들의 존재감은 지역 내 자금운용사업에 있어서도 위축되고 있다. 과거 지방은행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지역금고 선정 과정에서 새 먹거리를 찾으려는 시중은행들에 밀려 주금고 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을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학생과 교직원 규모 3만여 명, 연 수입액 3000억원에 이르는 조선대 주거래은행에 신한은행이 새 금고지기로 낙점돼 금융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전까지 50여 년간 해당 학교 주거래은행을 도맡아왔지만 더 이상 동일 권역 내 기관과 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쉽지 않게 된 것이다.

BNK금융그룹 텃밭인 울산에서도 KB·신한·하나은행 등 3곳이 차기 시금고 관련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경남은행과의 경쟁구도를 가시화하고 있다.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는 부산시금고를 둘러싸고도 기존 사업자인 부산은행뿐 아니라 하나·국민·농협은행이 경합을 벌일 여지가 높다.

지방은행이 머니무브와 수신잔액 감소 등에 있어 타 은행권보다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은행 예금 및 자산생산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행권 예금생산성은 특정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순으로 추산됐다. 이른바 지방은행의 예금생산성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낮다는 것이다. 

이에 권흥진 위원은 “예금생산성의 지속성이 높아 은행 평판과 편의성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방은행은 특히 예금생산성 지속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미래 전망을 충분히 반영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대출 선별 및 감시라는 은행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인구 감소·지역경기 악화 등 악재 산적···기업 리스크에 지방은행도 '출렁'

한편 은행권에서는 지방은행 위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방 소멸 현상을 꼽고 있다. 지방 인구가 감소할수록 잠재적 고객 또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 소멸 위험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체 228개 시·군·구 중 118곳(52%)이 소멸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월과 비교해 5곳이 더 늘어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 소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물가를 비롯한 국내 거시지표도 지역을 중심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전국 평균 물가는 1년 전보다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은 서울(3.8%)이 가장 높긴 했지만 부산(3.3%), 울산(3.3%), 충북(3.3%)도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여기에 수출 등 기업 업황 부진도 지방은행 위기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지방은행 건전성은 시중은행보다 물가와 수출, 주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중은행이 금리와 집값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반대 결과다. 이 같은 지방은행의 특성은 해당 은행들의 여신 비중이 가계보다 기업에 쏠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지방은행은 지역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 부실 여파가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역시 지방은행 건전성 리스크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곳들이 많아서다. 실제 올해 2분기 5개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6%로 전년 동기(0.32%) 대비 큰 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해당 은행의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0.52%로 전년 동기(0.37%) 대비 0.15%포인트 확대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국내 경기 전반의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중소기업·개인사업자·가계신용대출 등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에 민감한 차주의 부담 가중에 맞춰 철저한 리스크 관리 등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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