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재조사후폭풍] 규제는 정부가 푸는데 책임은 증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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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3-09-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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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자 보호 명목 아래 거세지는 '관치 논란'

사진여의도 증권가
사진=여의도 증권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금융투자업계의 한숨이 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투자자 보호'라는 대명제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잦은 지도와 지적이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증권사에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 재조사를 명분으로 금융감독원이 내부 조직까지 개편하며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향한 조사와 운영 개입이 빈번해지고 있다.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테마주 리딩방' 등 증권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증권사들은 자칫 예상치 못한 책임까지 묻게 되는 것 아니냐며 몸 사리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당국이 기술특례 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며 특례상장 문턱을 낮추는 대신, 대상 기업에 거래 정지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공개(IPO)를 주관했던 증권사에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의 상장 후 관리 감독 강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지만, 금융위는 증권사에만 책임을 떠넘긴 꼴이 됐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상장 후 관리는 금융당국의 영역이 더 크다고 말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 기업에 문제가 생긴 과거 사례를 보면 기업 경영진의 문제로 횡령, 배임 등의 사건이 벌어졌다"며 "상장 주관사가 기업 경영까지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증권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한 뒤 기업이 5년 정도 매출 미만으로 나오면 상장폐지가 돼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유지해준다"면서 "최근 횡령 사건, 거래 정지, 상장 폐지 등은 모두 상장 후 관리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자료금감원 금융위 발언 취합
자료=금감원, 금융위, 금융투자업계 발언 취합

금융당국이 증권사 내부 업무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리서치 센터 리포트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며 매수, 매도 리포트의 균형을 맞추라고 권고한 점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재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애널리스트가 쉽사리 ‘매도’ 의견을 냈다간 오히려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매도의견을 내면 리포트 대상 기업의 정보 제공도 쉽지 않아 구조적인 문제부터 손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독립리서치회사(IRP) 제도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독립리서치회사는 증권사 내 설치된 리서치센터와 달리 전문적으로 보고서를 내놓는 곳이다. 
 
현행법상 독립리서치회사는 금융투자업이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다. 때문에 내부 관리가 취약하다. 독립리서치 소속 임직원들은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 받고 있어 오히려 불공정거래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도 같은 맥락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높였는데 금감원이 이를 은행과 묶어 ‘이자장사, 돈장사’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금감원의 압박에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이자율의 경우 사실상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수준”이라며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이지만 증권사는 전혀 다른데, 금융당국은 은행과 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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