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션 경제학] '각자도생' 속 극한 이해 충돌...높아지는 官治 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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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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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 발전사 SMP 상한제 손실보상 반발

  • 당국 가격 인하 압박에 식품업계도 불만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사진나주시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사진=나주시]


# 수십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시행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둘러싼 잡음이 여전하다. 당시 정부는 연료비가 급등하자 한전이 발전사에서 구입하는 전력 가격인 SMP에 상한을 두고 추후 발전사들에 대한 손실 보상을 약속했다. 정부가 전력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구조라 민간의 수익 감소를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열병합발전 사업자들은 투입된 실비를 제대로 보상 받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투입된 연료 비용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태양광발전 사업자들도 SMP 상한제가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코로나19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이해 관계가 다른 정부와 업계 간 혹은 업종 간, 동일 업종 내 업체 간 충돌이 빈번해지고 있다. 고비용 구조 속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지 못하면 자칫 만회하기 힘든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탓이다. 

인플레이션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관치(官治'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의도와 다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실무협의회에서 열병합발전사의 SMP 상한제 손실 보상안이 논의된다. 

앞서 전력당국과 집단에너지 업계는 SMP 상한제 시행 당시 열병합용발전기의 '무부하 비용'에 대한 보상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무부하 비용은 발전기를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해 연료 투입 후 일정 수준 출력까지 끌어올리는 데 들어간 비용을 의미한다. 전력망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아니라 별도 정산이 필요한데 전력용 발전기는 100%를 보상하지만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기를 50%만 보상하기로 해 관련 업계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전력당국은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 만큼 무부하 비용 전액을 보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집단에너지 업계는 SMP 상한제 시행으로 이익 감소를 넘어 손실까지 발생한 만큼 당국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정산 받지 못한 일부 무부하 비용을 SMP로 상쇄해 왔지만 가격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그 비용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통 분담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 감소는 감내할 수 있지만 제도 탓에 불가피한 손실을 입은 민간 사업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경제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손쉽게 목격된다. 식품업계의 경우 정부 입김에 못 이겨 가격을 내렸지만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발단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발언'이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했는데도 가공식품 물가가 7%대 상승률을 나타내자 추 부총리는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이후 채 2주가 안 돼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4~7% 인하했다. 다만 판매량이 많은 대표 제품의 가격은 거의 손대지 않아 서민들의 체감도가 떨어졌다. 업계는 업계대로 "단순히 국제 곡물 가격만 떨어졌을 뿐 인건비, 전기료 등 제반 비용은 여전히 상승 중이라 정부의 가격 인하 요구가 시의적절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입 원자재를 가공하는 필수품의 경우 수입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이 제품 가격도 올리지만 수입 가격이 떨어질 때는 제품 가격을 잘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어 정부 개입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개입 정도가 너무 심하면 시장 기능에 역행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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