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사들인다···이유는 수익 아닌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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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3-08-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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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과정서 극비 정보 유출 위험

  •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 필요 목소리

배터리 제조사들이 리사이클링 업체 '쇼핑'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수익성 때문만이 아니다. 배터리 불법 유통과 정보유출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등 배터리 사업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리사이클링 업체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인수합병(M&A)에 들어가면서다. 대표적으로 삼성SDI는 2010년대 초반부터 거래해 온 리사이클링 업체 성일하이텍의 3대 주주로 거듭난 상태다.

SK에코플랜트는 1조2000억원을 들여 싱가포르 전문기업 테스를 인수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최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라이사이클에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최근 제조사들은 배터리 리사이클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유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수년 전 불거진 불법 유통 사건 때문이다. 3년 전 외국계 리사이클링 업체 A사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공장에서 나온 '스크랩(공정 폐기물)'을 사들이고, 이 중 일부를 정품으로 가장해 불법 유통했다. 

배터리 스크랩은 공정단계에 나오는 부산물을 의미한다. 전극공정→조립공정→최종 품질검사 등 각 단계에서 나온 B급이나 불량품이 포함된다. 여기서 최종 품질검사에서 성능이 안 나오는 제품도 포함되는데, 모양이 완제품(A급)과 동일해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A사 등 일부 업체는 이를 악용해, 관련 제품을 불법 유통하거나 다른 경쟁사로 넘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스크랩을 고가로 쳐주는 업체들에 넘겼다가 불법 유통으로 뒤통수를 맞는 일이 왕왕 있다"고 말했다.

통상 배터리 제조사와 리사이클링 업체는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쓴다. 스크랩에는 제조사에 극비인 배터리 원소재 정보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양극재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을 원료로 제조한다. 각 원료 비율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과 성능이 결정되기 때문에 배터리 조성은 영업 비밀 중 하나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나 4680 배터리(지름 46mm, 길이 80mm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 등 연구개발이 한창인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보안이 중요해졌다. 최근 전고체 배터리 양산화와 배터리 폼팩터(모양)는 글로벌 주도권 경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배터리판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ISO27001)'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인증은 전자기기 업계에서 고객사의 민감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폐기, 처리할 수 있는 업체에 부여된다.

또 배터리 제조사는 리사이클링 단일 사업만 하는 업체를 협력사로 두기 시작했다. 배터리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리사이클링 사업을 병행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경쟁사의 배터리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 

현재 각 배터리사가 증설·신설에 한창인 만큼 스크랩 물량도 쏟아지고 있다. 공장 가동 초기에는 배터리 불량품이 전체 공정에서 30%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폭발 위험이 있어 전문 업체의 도움이 없으면 폐기하기 어렵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해 올해 108억 달러(약 14조원)에서 2030년 424억 달러(약 54조원), 2040년 2089억 달러(약 263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를 분해해 나온 모듈왼쪽과 모듈 파쇄물 사진영풍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를 분해해 나온 모듈(왼쪽)과 모듈 파쇄물 [사진=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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