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스승을 존경해 스승 대하기를 부모와 같이 한다’는 의미다. 또한 ‘군사부일체’라 해서 ‘임금, 스승, 아버지는 동급’이라 했다. 그만큼 우리는 예로부터 선생님 모시기를 극진히 했고, 스승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남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군사부일체는커녕, 학부모가 선생을 무릎 꿇리거나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까지 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스승에 대한 존경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선생님이 학생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돌며, 각종 악성 민원과 소송, 협박에 시달리는 것이 현 주소다.
이렇게 교권이 바닥에 떨어진 지금, 부산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하윤수 교육감을 만나 교권 보호 및 부산교육이 나아가야 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7월 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 하윤수 교육감은 “교육감에 취임한 이후 보여주기식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꿈을 현실로! 희망 부산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여건 조성에 주력해 왔다”며 “또한, 제대로 된 교육정책의 추진을 위해서는 교육수요자, 교육 현장과의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이라 판단해 많은 분과 직접 만나며 소통·공감의 시간을 가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행복한 학교, 성장하는 학생’을 만드는 교육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부산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부산시민과 교육 가족들의 눈높이가 굉장히 높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지난 1년간 경험을 토대로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전했다.
◆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신장, ‘부산학력개발원’ 설립과 ‘아침체인지’
하 교육감은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뒀던 정책에 대해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정책은 없었지만, 그중 1호 공약인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신장’을 위해 부산학력개발원을 설립,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인 것을 우선으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학력개발원에서는 학생들의 정확한 기초학력 진단 및 기초학력 보장 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학습요인 중심의 진단에서 비학습요인 진단까지 포함해 통합적으로 진단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며 “또한, 학력신장프로그램, 기초학력지원강사제, 기초학력 선도‧시범학교 운영, 대학생 학습지원 튜터 등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 및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차근차근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부산학력개발원은 전국 최초로 학력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써 학업성취도 측정, 데이터 기반 학력 실태 분석 등을 통해 학생 맞춤형 보정학습을 지원하는 종합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존의 수업·평가 및 진로·진학 지원센터 등을 일원화해 종합 지원함으로써 학력 신장과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윤수 교육감은 비교적 빠르게 성과가 나타난 정책은 단연 ‘아침체인지 활동’이라고 첫손에 꼽았다. “아침체인지 활동은 정규 수업시간 전 20~50분가량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운동을 하는 활동”이라며 “오랜 코로나 펜데믹으로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약화, 건강체력 저하, 우울감 증가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 활동을 기획했다. 신체 부대낌을 통해 화해, 소통, 협력, 배려를 경험하고, 잠자는 뇌를 깨워 학습활동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침체인지 활동으로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재밌어졌다, 수업시간이 즐겁다, 체력이 좋아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하 교육감은 “학교 현장의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님들도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줄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학교에 가고싶어 한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학부모님들도 아침체인지 활동에 참여를 희망하시고 있다”고 말했다.
하 교육감은 “현재 부산에서는 약 390교, 18만 명이 선도학교에 참여하고 있고, 교육공동체의 만족도가 높음은 물론, 타 시·도 벤치마킹이 쇄도하고 있으며,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으로 추진될 예정으로 전국 확산일로에 있다”며 “아침체인지 사업의 장점을 내실화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025년에는 전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며, 더 나아가 온 세대가 함께하는 가족 소통·공감 체인지 사업으로 진화해 교육공동체 모두가 하나 되어 우리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성교육을 위해 학생교육원을 ‘부산학생인성교육원’으로 탈바꿈해 인성교육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올 9월에는 우리 교육청의 흩어져 있는 모든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을 한곳에 모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산 인성교육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앱으로도 보급할 예정”이라며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부모 관계의 회복과 변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무너진 교권 회복 '시급'
1995년 이뤄진 531 교육 개혁이 잘못됐다고 직격탄을 날린 하윤수 교육감은 “교권 붕괴 현상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선생님은 권한은 없고 오로지 책무와 의무만을 지게 된 구조가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교육의 3주체에 학생과 학부모가 들어오면서 선생님은 오로지 책무와 의무만을 가진 채, 학생 인권만을 외치는 기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학부모들은 의견 진술권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선생님은 지도권도 없는 아이러니한 이런 상황이 27년째 흘러오면서 자연스레 교권이 무너지게 됐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부산 초등학교 학생 선생 폭행 사건 등을 언급한 하 교육감은 “부산광역시교육감으로서 이러한 일들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 이미 5년 전 한국교총회장 시절, 추락하는 교권 회복을 위해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때 시행령이 제정됐다면 이 정도로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윤수 교육감은 “선생님 혼자서 교권침해에 대응하지 않도록 그리고 선생님들의 수업권과 안전도 확실하게 지켜 내겠다”며 “교권침해 발생 즉시 직접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학교장은 교권침해 사안을 교육청에 반드시 신고하고 선생님의 의사와 관계없이 교권보호위원회도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며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지원단을 투입해 교원 피해 조사와 치유 등 교권침해 대응을 원스톱으로 처리하겠다. 고질적인 악성 민원과 무고한 고소고발에 대해서도 교육청이 전담팀을 구성해 직접 대응하겠다. 또한 스토킹을 비롯한 형사처벌 대상 사안일 경우 교육청이 선제적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피해 교원에 대한 치유 지원도 확대하겠다. 교권보호위원회 전에도 병원 치료비를 지원하고 지원 한도를 최대 200만 원까지 확대하겠다. 교사의 심리적 회복을 위한 개인치유비도 신설해 1인당 5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며 “이외에도 피해 교원이 희망할 경우 긴급 전보 조치를 하고 교원배상책임보험을 통한 피해 보상 확대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하 교육감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화해 조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화해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TF팀 구성해 교육보호활동 중장기 개선 과제 발굴하고 관련 법률 제개정도 요청하겠다. 또한 부산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범시민토론회도 개최하겠다”며 “학교 현장에서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 통학로 안전사고 근절
해마다 끊이지 않는 통학로 안전사고와 관련해 “우선 학교 담장을 허물어 학생 통학로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하단초 담장을 허무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80여 개 학교에서 담장 등 학교부지 활용을 통한 통학로 개선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올 여름방학 중에는 통학로 개선이 시급한 5교(모라초, 가평초, 동현초, 월내초, 부산진여중)의 담장을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에는 고지대 학교가 많다. 이에 영도구처럼 급경사로 스쿨존 안전사고 우려가 높은 학교 등 통학로가 열악한 초, 중, 고 112개교에 ‘통학안전지킴이’를 배치했다”며 “기존에 부산시의 시니어클럽, 경찰청의 아동지킴이가 있지만, 더욱 촘촘한 인력배치로 안전사각지대가 없도록 할것이며, 통학버스 운행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통학로 현황 파악이 가능한 학교안전지도시스템(앱)을 하반기에 구축해 자치단체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개선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하 교육감은 “통학로 위험 요인을 행정적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은 3년 추진 과제에 대해서도 하윤수 교육감은 입을 열었다.
“올 8월 시범운영을 거쳐 10월부터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BASS)을 개통한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의 학습 이력 등을 토대로 학생 학습수준 진단과 맞춤형 학습 추천이 가능한 시스템이다”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등 결과에 기반한 수준별 맞춤 학습콘텐츠를 학생에게 제공해 주면, 학생은 제공된 학습콘텐츠로 학습한 후 형성평가로 학력 향상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한 올 9~10월에는 모든 평가에서 제외된 중1 학생 대상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부의 ‘공교육 제고 방안’ 발표에 앞서 추진해왔다”며 “BASS와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학력신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아침 체인지와 함께 올 9월에는 ‘인성교육 통합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하 교육감은 “인성교육 기능을 대폭 강화한 ‘부산학생인성교육원’과 함께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부모 관계의 회복과 변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외에도 “교육격차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겠다. 교육 소외지역 학생들의 방학 중 학습 공백을 없애기 위해 ‘숙박형 인성영어캠프’와 ‘위캔두 계절학교’를 운영하겠다. 특히, 공교육판 ‘부산형 인강’을 도입해 교육격차와 사교육 줄이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의 심리와 정서 안정을 돕고 사회성 회복을 지원하는 공립 대안학교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11월에는 통학로 안전지도 시스템이 완성된다”며 “통학로 위험 요인을 지역 내 모든 구성원이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안전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윤수 교육감은 “지난 1년간 부산교육의 변화와 도약을 위해 정말 숨가쁘게 달려왔다. 취임과 동시에 약속했던 정책들을 지금까지 뚝심있고 속도감 있게 펼쳐왔고, 교육공동체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과 협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제2의 부산발 교육혁명으로 다시, 우리 부산이, 대한민국 교육을 품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꽃피워 꿈을 현실로 이루는 희망 부산교육이 되도록 남은 임기동안 진심과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교육에 대한 여러분들의 뜨거운 응원과 따뜻한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씀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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