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아파트 파문 확산]2년마다 반복되는 'L피아' 논란에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업계 "뿌리깊은 전관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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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임종현 기자
입력 2023-08-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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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인사하는 이한준 LH 사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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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카르텔 척결을 위해 반카르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부실시공 설계·감리 업체는 한번 적발되면 퇴출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년 전에도 '건피아(건설+마피아)', '엘피아(LH+마피아)' 등 건설업계 기득 세력 간의 부패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LH가 대대적인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염불에 그쳤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직원 땅투기에 따른 국민적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아파트 부실 시공 문제가 불거지면서 LH는 창립 60주년(1962년 대한주택공사) 이후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2일 LH는 건설카르텔이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전관 커넥션(유착관계)'을 막기 위한 고강도의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LH가 60년이 넘은 조직인 만큼 설계, 시공, 감리 등 어느 업계를 가도 LH 출신이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만명 가까이 되는 거대 조직이 태어난 지 60년도 넘었는데, 상식적으로 LH 출신 직원이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빠르지 않겠느냐"면서 "얼마나 많으냐, 적냐의 차이지, 어느 곳에나 다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LH 철근 누락 아파트 15개 단지 중 일부는 LH 고위직 출신 인사가 취업한 업체에서 감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LH에서 근무한 2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5년간 재취업한 용역 업체 수는 9개사로, 이 업체들이 LH와 2019년부터 올해까지 계약한 설계·감리 건은 203건, 2319억원 수준에 달한다. 

LH는 이번 혁신안을 통해 LH 출신 임직원이 없는 업체가 LH 사업에 응모하면 가산점을 주고, 관련 업체에 LH 출신 명단을 제출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퇴직자의 건설 현장 배치를 제한해 업무상 LH 직원들과 접촉을 막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혁신안도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LH는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LH는 지난 2021년 6월 LH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과 전관예우 관행 비리가 확인되자, 그해 LH 출신 감정평가사의 과다 수임을 제한하기 위한 제척·기피·회피 제도 등을 도입하고 '퇴직자 접촉 신고제'를 신설해 퇴직 직원과의 부적절한 접촉을 금지하는 내용의 윤리준법경영 확립 이행안을 내놨다. 또 지난해에는 LH 출신 퇴직 감정평가사와 법무사가 임원으로 있는 회사와는 퇴직일로부터 5년간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내용 등의 조직 혁신안을 발표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6월 LH 불공정 계약 실태를 지적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16년 1월 1일∼2021년 3월 31일, LH의 3급 이상 퇴직자 604명 중 계약업체 재취업자는 304명(50.3%)으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LH는 전체 계약 1만4961건의 20%가 넘는 3227건을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체결했다. 또 2018년 1월 1일∼2021년 4월16일 LH는 건축 설계 공모 294건 중 193건(65%)을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계약 맺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이미 LH 카르텔이 오래전부터 형성돼있어 혁신안을 내놓는다고 해서 단기간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도 "우리 입장에서 LH는 '슈퍼 갑'이다. LH의 한마디, 방침 하나가 재채기라면 우리는 태풍으로 불어온다"며 "법조계 관행처럼 퇴직자에게 일감을 주는 일이 상식처럼 이뤄져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악습은 고쳐지고 건설업계가 투명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LH 출신들이 많은 경험을 갖고 건설관련 업체에 가는 것에는 분명히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입찰비리에 참여하고 부실공사를 방조하는 등 역기능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근절돼야만 한다"며 "업계 전체에 '건설 카르텔'이란 비난이 근본적으로 나오지 않도록 LH, 국토부가 앞장서서 건설 발전과 안전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척결을 위해서 국토부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건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사를 해 필요한 경우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면서 "최근 경실련에서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했는데, 감사결과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국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지는 LH가 이권 카르텔의 온상이 된 것을 통렬히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카르텔 척결부터 시작하겠다"며 "책임있는 모든 관계자에 대해 수사 의뢰 등 책임에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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