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지구 열대화' 시대 농업 …스마트농법으로 한계를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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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3-08-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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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수석연구위원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이상기후(異常氣候)가 일상화되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고온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잔인한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나고, ‘지구가 끓는 시대(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급격한 날씨 변덕에 농사도 쉽지 않아졌다. 특히 불규칙한 강우에 취약한 신선 채소 농사는 더 어려워졌다. 먹거리 공급 물량도 불안정해졌지만 품질 역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 예전과 같은 노지(露地) 농업에만 의존해서는 높아져 가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졌다. 변동성이 높은 기후 상황에 상관없이 적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일정한 규모 이상의 생산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영농법을 사용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는 농업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하게 발전해야 한다.
정밀농업 혹은 스마트농업은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여 나타난 움직임이다. 농사에 ICT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불필요한 농자재나 노동력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농산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또한 살충제나 제초제 투입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농수축산업의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자원 순환을 실현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친환경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영농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방향으로 농업이 진화하면서 농업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 ICT 등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융합되는 분야인 일명 ‘에그테크’ 분야가 유망한 투자처로 부상하였다.
ICT 강국인 우리나라도 스마트농업 분야에서 충분히 기회를 살릴 수 있지만 아직 체감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이 보이지는 않는다. 귀농과 귀촌 바람이 불면서 지역에도 젊은 분들이 더 많이 거주하게 되고 이들이 채택하는 영농 방법이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에도 재배 시스템 기술이 발전하면서 식물공장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식물공장은 말 그대로 농수산물이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 노지(露地)에서 재배되는 것이 아니라 실내에서 빛과 온도, 수분 등을 조절하며 공급하여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식물공장에서 빛은 고압 나트륨이나 LED 등을 활용하여 공급하고 풍속을 제어하는 공조기술까지 이용하여 공기를 순환시켜 적정한 재배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도 하다. 또한 IoT 기술을 이용하여 식물의 생육 정보를 저장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정전이나 급수, 냉난방 등 환경 측면의 리스크 요인을 감지하여 대응함으로써 실제라면 이상기후로 재배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도 첨단 기술에 힘입어 스마트해지고 있다. 이제까지 노지 농업에서 기계화를 추구하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기계화를 넘어서서 무인화·자동화를 위한 기술이 필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재배 의사 결정이 가능한 방향으로 농업이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농업에는 아무런 이슈가 없을까. 일단, 지금 단계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점이 문제가 된다. 어떤 한 품목에 있어서 체계적인 재배 단계의 데이터가 부족하여 소프트웨어가 있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수입 품목은 해외 데이터를 도입한다고 해도 국내 농산물인 오이나 참외 등 생육 데이터는 계속해서 축적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정책적으로 스마트농업을 강하게 추진하려고 해도 실용성이 떨어지는, 즉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인 투자와 지원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측면은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문제점이다. 스마트농업이 탄소를 적게 배출하기 위해 추진되는 목적도 있는 상황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여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농사용 전기요금이 다른 전기요금보다 더 저렴한 상황에서 전기료를 굳이 아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분야에서도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낭비가 발생하고 있어 이것이 원래 목적인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올바른 방향인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스마트농업에서 요구되는 여러 가지 장치, 센서, 시설 등 하드웨어를 전반적으로 고도화할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이 중국이나 유럽에 비해 좁아 시설 개발을 통한 생산 효율성 제고 요인이 그리 크지 않은 실정이다. 오히려 현재 대중화된 비닐하우스나 현 시설 수준을 약간만 개량하는 것이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아직은 너무 먼 미래의 모습처럼 보이는 스마트팜. 결국 농업도 무인화·자동화 등 스마트한 영농법이 보편화할 것인데 이것을 받아들이는 생산자들의 마음을 바꾸고 농업 생산 환경을 고도화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일단 스마트팜의 필요성과 미래 발전 모습에 대해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다. 그렇지 않아도 농업 분야는 보수적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어서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기술 융합 시대에 농업이 뒤처져서는 식량안보와 환경보호, 지역 발전 등에서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음을 알리고 첨단 기술과 경영 기법으로 무장한 스마트농업만이 작은 내수시장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을 홍보해야 한다.
또 다른 축은 새로운 개념, 기술, 영농 방식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기존의 규제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농지나 인력 측면에서 경직적인 제도와 규칙이 새로운 시설이 들어설 수 있고 시장이 개척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 분야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논의를 통해 기존 제도의 효과와 비용을 비교하고 미래 전망에 비추어 합리적인 규제 기준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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