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완전자율주행 '5단계' 시대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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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3-07-0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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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올해 열 살인 딸은 엄마보다 아빠인 나와 함께 차를 타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스마트폰을 양보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운전하고 딸은 아빠의 폰을 가지고 논다. 그런 습관이 싫어 타박하려고도 생각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차 안에서 폰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자동차의 미래 모습을 본다. 어쩌면 내 딸이 차를 구매할 시점이 되면 그 차는 세상에서 단 한 대밖에 없는, 그녀가 좋아하는 앱(App)들로 가득찬 스마트카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마치 20년 전 피처폰 시대에는 매장에서 구매한 폰 그대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는 앱을 다운로드해서 나만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미래의 모빌리티 트렌드, 그중에서도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차량 분야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과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은 친숙한 개념인데, SDV는 무엇인가. SDV는 차량의 외관 및 기계적 특성, 즉 하드웨어가 자동차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 장치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아이덴티티와 성능을 좌우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미래의 자동차는 그만큼 전자적인 기술, 장치 및 기능, 그에 기반한 서비스의 통합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단순히 이동의 편의성만을 제공하는 기계에서 그치지 않고, 이동하는 시간 동안 편안한 공간에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매력적인 운송수단(Vehicle)이 될 것이다.
사실 SDV와 자율주행의 두 가지 트렌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지와 판단의 주체인 인간이 운전에 책임지지 않는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센서, 통신, 학습 및 제어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자율주행 단계에서 ‘인지’는 갈 길이 멀지만 ‘판단’만큼은 기계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한다. 그만큼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 수준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율주행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이 실제로 되고 있다는 뉴스를 듣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지금은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기술회(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는 자율주행의 단계에는 0단계부터 5단계까지 모두 6단계가 있다. 그중에 0~2단계는 운전자가 메인이고 자율주행 시스템은 보조적인 기능을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자율주행이라고 상상하는 단계는 3~5단계로서, 3단계는 조건부 자율주행, 4단계는 고도 자율주행, 그리고 5단계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로 불린다. 여기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로 운전을 담당하는 단계이다. 단, 3~4단계는 어떤 조건에서라는 단서가 붙는 경우이다. 아직 5단계인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국가는 없으며 대부분 3단계인 조건부 자율주행은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는 3단계인 조건부 자율주행, 즉 차량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돌발 변수 발생 가능성이 낮은 곳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대신해 운전할 수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이 역시 위험 요소나 변수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아직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장시간 운전하는 도중 병목현상이 발생하여 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대신해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이런 기능은 지금도 가능하고, 가까운 미래에는 4단계, 즉 비상상황을 제외하고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의 주체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시스템이 운전하는 자동차 안에서 업무를 보든가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의 시간을 나름대로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4단계에 와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를 위한 정책은 준비되어 있다. 2022년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의 내용에 따르면 정부의 목표는 2027년에 완전자율주행, 즉 5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3단계 수준의 안전기준을 마련해 좋은 상태이기도 하다. 2024년까지는 4단계 수준의 자율차 안전기준을 구비해 놓을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 이전이라도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확인하고 인증한 후 허가대상과 운행목적, 범위를 한정하여 운행을 허가하는 성능인증제를 도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 및 판매가 촉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의지 및 기술 개발 등의 노력으로 자율주행 차량은 더 많이 등장할 것이고 이동의 편의성을 넘어 차량 내 공간의 활용 역시 다양해질 것이다. 그러나 기능과 편의성과 함께 중요한 이슈는 안전성이다. 99.99% 안전하다고 해도 단 0.01%의 가능성으로 발생한 사고는 치명적이다. 특히, 운전을 누가 했는가에 대한 쟁점이 크게 불거질 것이다. 아직은 사람과 시스템이 번갈아 가면서 운전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4단계의 자율주행이 가능할 경우 운전자 중심으로 되어 있는 현재의 제도가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람 혹은 시스템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부터 시작하여 보상기준이나 범위 등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 사고에 대한 책임 및 보상의 원칙은 피해자와 함께 자율주행차 이용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 보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고에 대한 책임도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보상의 기준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와 자율주행. 미래의 자동차는 이러한 기능들이 결합된 스마트카의 모습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사랑했던 딸의 인생 첫 번째 차는 그녀가 원하는 앱들로 가득한, 그녀만의 개성이 구현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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