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참고 또 참고 …진정한 혁신을 창조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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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3-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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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자료 출처: 한국무역협회]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이 고착화되었다. 경기 흐름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기대비 0.3%(속보치)를 기록하여 올해도 1%대의 성장세가 예견되는 가운데, OECD 회원국의 평균인 0.4%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까지 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30개 회원국 가운데 16위에 불과하기도 하다. 한국이 경제 분야에서 OECD 평균보다 못하는 분야가 있을까 싶을 것이다. 놀랍게도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분기 성장률(전기대비)은 2022년 1분기 0.6%, 2분기 0.7%로 OECD 회원국 평균인 0.2%와 0.5%보다 높았다. 그러나, 그 이후 한국의 분기 성장률이 평균선보다 내려앉아 3분기 0.3%로 OECD 평균인 0.5%를 밑돌았고, 4분기에는 –0.4%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도 충격적인데 OECD 평균인 0.2%에 한참 미달하는 성적을 거두었다. 한국은 어엿한 선진국 중에서도 선두 그룹에 있는 것인가. 경제 규모와 성장 속도는 반비례하는데, 과연 그 법칙이 제대로 들어맞는 것인가.
그러나 다른 선배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계속 성장해야 한다. 그 이유는 내수 시장이 다른 선진국과 달리 협소하기 때문이다. 작은 시장에서는 경쟁도 되지 않을뿐더러 팔리는 물건도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세계 시장을 향해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자명한 목표이자 지향점인데 달성하기 참 힘든 상황이다. 수출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해 올해 들어 수출은 매월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 및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 등으로 한국 수출이 2022년 10월 이후 7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무역수지도 1년 이상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 엔진이 힘을 쓰지 못하자 정부도 정책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유망품목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하고, 기술개발 투자 및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지원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의 수출 여건은 밝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고 은행 부문의 신용 문제 등 우려감이 계속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인상 영향이 내수 위축으로 나타나 글로벌 경제의 성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인 예로, 구리 가격에서 글로벌 경기 위축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구리는 제조업과 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자재이기 때문에, 구리 가격의 흐름은 글로벌 경제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구리 가격은 중국이 리오프닝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해 하반기 톤당 7000달러 초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 톤당 9000달러 중반대까지 올랐다(2022년 7월 14일 7170달러/톤 ⇒ 2023년 1월 23일 9356달러/톤). 그 이후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결국 5월 24일에는 톤당 7902달러까지 하락하여 작년 7월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렇게 구리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하락 반전하게 된 이유는 중국의 산업 경기가 지속적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미국 및 유럽 등의 산업 활동이 둔화되면서 구리 재고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글로벌 경기 흐름이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위축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한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변화이고 혁신이다. 무엇인가 바꾸기 위해서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그중 중요한 요소가 ‘기다림’, ‘인내’일 것이다. 혁신은 구체적으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거의’ 창조하는 것이다.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임을 고려하면, 우리들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상상력과는 매우 다른 무엇인가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는 그것을 인지할 때까지 잘 기다리는 것이 진정한 혁신의 결실을 기다리는 자세일 것이다.
이러한 오랜 기다림이 특히 요구되는 분야는 연구 및 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이다. 과학자들이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성공 확률이 높은 연구 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진정한 혁신을 바라보고 흔들림없는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다릴 줄 알아야 하겠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기다림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추진되는 정부의 ‘한계도전형 R&D’에 관심이 간다. 기존 연구 투자 방식을 탈피하고, 소위 ‘실패하는 연구’에 관심을 가져 진정한 혁신을 꾀하고자 한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에서도 R&D에 대한 투자가 많은 한국. 혁신과 연구 개발에 물량 공세로 나아가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지만 진정한 혁신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더 높이 사고 응원하는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공감이 필요할 것이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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