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판도 달라졌다] [르포] '권리금 2배 오르고 매물 품귀' 부활한 압구정로데오 vs 곳곳 '임대문의' 청담동 명품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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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07-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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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찾은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 유명 카페와 브랜드 매장 인근에 방문객이 붐비는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20일 찾은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 유명 카페와 브랜드 매장 인근에 방문객이 붐비고 있다. [사진=박새롬 기자]
"아기자기한 카페나 맛집이 골목마다 있고 저녁에는 라운지바와 클럽에 젊은이들이 몰려가죠. 매물은 없는데 임차 수요는 넘치다 보니 권리금·임대료가 2년 새 갑절로 뛰었습니다. 반면에 청담동 명품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도 잃고 젊은 층에게도 외면받는 분위기예요."(압구정로데오 공인중개사 A씨)
 
유커·2030 외면에 한산한 청담동 명품거리···"공실 늘지만 임대료는 그대로"
20일 찾은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일대 한산한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20일 찾은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박새롬 기자]
최고 부촌이자 명품거리로 유명한 청담동과 압구정동 상권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등 ‘큰손’에 의존하던 청담동 명품거리는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감하고 내수 소비심리 악화로 과거 화려했던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반면 골목마다 패션, 식음료, 갤러리 등 복합문화 공간으로 채워진 압구정로데오는 2030세대가 몰리며 ‘핫플’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20일 찾은 청담동 명품거리는 구찌와 버버리, 디올 등 유명 브랜드 매장들 사이에 '임대 문의' 현수막을 내건 텅 빈 빌딩들이 눈에 띄었다. 메인 거리에 있는 한 남성 정장브랜드 매장은 몇 달째 공실로 방치돼 있었다. 명품거리에서 만난 30대 남성 A씨는 "청담동에서 일한 지 5~6년째인데 올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통 보지 못했다. 몇 년 전엔 부티크숍이 평일 낮에도 붐볐는데 요즘엔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대 골목상권도 한산했다. 버버리 매장이 위치한 골목 내 편의점 점주는 “여기서 10년간 장사하면서 관광객들 소음에 고충을 겪기도 했는데 몇 년 새 이렇게 거리가 조용해진 게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한 명품의류 수선가게 직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는 손님이 약간 늘었지만 이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고 전했다.
 
공실이 늘고 상권은 쇠퇴하고 있지만 청담동 임대료는 여전히 초고가로 유지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여기는 지금 공실이 꽤 나오고 경기가 나쁜데도 임대료는 요지부동이다. 한 곳이 내려주면 다 내려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인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 2층 매물도 보증금 1억5000만원 이상에 월 임대료 1500만원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명품거리에서 가장 중심부에 있는 매물들은 월 임대료가 전용면적 3.3㎡당 200만~300만원까지도 형성돼 있다. 
 
20일 찾은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한산한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20일 찾은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박새롬 기자]
 
'핫플' 찾아 MZ 몰리는 압구정로데오···카페 오픈런에 밤이면 라운지바 '들썩'
20일 찾은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 한 복합문화공간에 방문객들이 가득한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20일 찾은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 한 복합문화공간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박새롬 기자]
반면 같은 날 압구정로데오 거리 핵심 상권인 도산공원 주변은 평일 오전인데도 활기가 넘쳤다. 메인 상권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부터 배낭을 멘 중국인·일본인 관광객과 젊은 커플 등으로 북적였다. 디저트와 패션, 화장품 브랜드가 복합으로 조성된 ‘하우스도산’은 60석 넘는 라운지 자리가 만석이었다. 유명 카페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가게 맞은편 매장 앞까지 손님들이 진을 친 채 기다렸다. 오전 8시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 오픈을 기다리고, 2시간이 지나자 방문객 수는 300명을 훌쩍 넘었다.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압구정로데오 거리가 활성화된 이유로 카페‧음식점·술집과 다양한 팝업스토어 등이 유명세를 타며 2030세대가 유입된 것을 꼽았다. 압구정로데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낮에는 카페와 맛집, 밤에는 라운지바와 클럽 등으로 2030세대가 몰리는 핫플이 되면서 지금은 중장년층까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담동 한 공인중개사는 “청담동은 대형 명품 매장 위주여서 놀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젊은 층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청담동 메인 거리 건물주들 사이에서는 공실이 나도 명품 브랜드가 아니면 안 받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 압구정처럼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압구정로데오 매물은 품귀현상을 보이며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1층 물건은 아예 없고 2층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아 공실이 없고 권리금과 임대료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전용면적 약 100㎡ 기준 2년 전 500만~600만원에서 지금은 1000만원 수준으로 2배 이상 올랐다. 권리금은 최대 2억~3억원까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압구정 임대가격지수는 107.58로 전년 동기 100.89에서 대폭 상승했다. 
 
임대료가 급등하며 젠트리피케이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임대료 시세가 임차인들이 버거움을 느낄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건물주들도 상권이 뜨면서 슬슬 임차인을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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