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취임 5주년] "회장 아닌 대표"···LG그룹 매출 38% 끌어올린 '실용 리더십'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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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3-06-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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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가치 중심 경영 철학 임직원에 전파

  • 권위 내려놓고 지주사 '대표' 역할 충실

  • 매출 16조 LX그룹 분리·스마트폰 철수

  • 매출 138조→190조···영업익 77% 쭉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5주년을 맞은 가운데 그간 수평적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고객가치라는 경영 철학을 앞세워 임직원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5년간 계열사의 사업을 점검하면서 동시에 경영 성적 역시 재계 안팎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지주회사의 대표로서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했다면 이를 기점으로 향후 신성장 사업 육성을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ABC(AI·Bio·Cleantech)’는 물론 자동차 관련 시장에서 각사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아래로부터의 리더십 ‘5년 성과’…“회장 아닌 대표” 강조

28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오는 29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구본무 선대 회장의 별세로 2018년 6월 갑작스레 지주회사 ㈜LG 대표 자리에 오른 후 그룹 총수로서 조직을 진두지휘해왔다. 다만 이날 별도 행사는 예정돼 있지 않아 조용한 5주년이 될 전망이다.
 
그간 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고객가치’였다. 고객이 경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구 회장의 철학은 지난 5년간 계속 강조됐다. 구체화한 고객가치 경영 철학을 임직원이 주도하는 ‘바텀 업(Bottom-up)’ 방식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 또한 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수한 고객가치를 만든 임직원에게 상을 수여하는 'LG 어워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상 첫해였던 2019년 수상팀은 단 27개였지만, 올해 112팀까지 4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다양한 직군에서 임직원의 고객경험 혁신을 위한 자발적 실천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평적 리더십 역시 임직원의 지지를 끌어냈던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실제 구 회장이 ‘회장’이라는 직위가 아닌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 달라고 했던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권위적인 리더십 대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인재를 발굴 및 육성하는 지주회사 대표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였다.
 
과거 계열사 현장 방문 당시 구 회장은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는지 가감 없이 말씀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로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게 그의 뜻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실용주의·선택과 집중’ 경영…LX 분리, 사업 철수에도 매출 38%↑

경영 철학이 고객가치였다면 전략은 실용주의를 필두로 한 선택과 집중이다. 형식이나 격식보다는 가치에 집중해 실용주의를 추구해 왔다. 구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바꾼 것 역시 그룹 차원의 회의체 및 모임이다. 단순 보고와 경영 메시지 전달로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회의 때마다 상황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특히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핵심이나 부진한 사업을 빠르게 구조 재편한 결단력은 구광모 체제의 가장 큰 동력원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계열사에서 철수한 주요 사업만 4개에 달한다.
 
2019년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LG화학의 편광판 사업, 2021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등을 차례로 철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했다.
 
2021년 지금의 LX그룹을 계열분리 하면서 대규모 사업 구조 재편은 마무리됐다. 계열분리 이전인 2020년 기준 LX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조248억원, 4025억원에 달한다.
 
각종 사업의 철수와 계열분리에도 LG그룹은 구 회장의 취임 전보다 오히려 현재 매출이 38%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LG그룹은 2019년 매출 138조1508억원에서 매년 성장해 작년 매출이 190조2925억원으로 커졌다.
 
영업이익 또한 최근 경기침체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341억원에서 8조2202억원으로 77% 대폭 증가했다. 비수익 부서의 정리를 통해 생긴 여력을 성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수요 대응에 투자하며 가능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인 'LG 옴니팟(LG OMNIPOD)' [사진=LG전자]

 
車 시장 주력 ‘컨트롤타워’ 가동…미래 사업 ‘ABC’ 등 54조 투자

5년간 재편했던 사업은 향후 육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LG그룹은 5년간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한다. 미래 자동차 분야는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강화하고, ABC 등 먹거리 창출에 전력을 쏟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LG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이미 대부분 자동차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조명,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구축해 부품 사업을 키우고 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 전장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만든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올해 전장 분야 수주잔고는 1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말 기준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가 385조원에 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 필요성도 제기된다. 올해 1분기 기준 ㈜LG가 보유한 순현금 규모는 1조6000억원이다. 유력 산업군으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등이 꼽힌다.
 
그 가운데 특히 AI 분야는 LG AI연구원이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을 개발해 주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생성형 AI 등 분야가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며 LG그룹 또한 R&D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앞서 서울 마곡 LG화학R&D 연구소를 찾아 “고객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점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하게 검토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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