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닫은 경쟁당국] '답정너' 제재에…처분기업 넷 중 하나 '행정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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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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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의 기업 2년 조사, 소명 청취는 고작 '40분'

  • 조사대상 광범위, 영업활동 제약 과도 하소연

  • 사건절차규칙 개정 대기업 위주, 불복 잇달아

[사진=연합뉴스]


담합 의혹이 제기된 A사는 2년 이상 공정거래위원회의 각종 현장·서면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제재 결정 직전에 피심인 의견을 청취하는 소명 시간은 고작 40분에 불과했다.

A사 관계자는 "듣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해 놓고 묻는 '답정너' 심의 과정에서 충분한 변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그 결과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A사는 7년에 걸쳐 고등법원과 대법원으로 이어진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끝에 과징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해당 사안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당시 공정위 고위 관계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기업인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일부라도 인정하면 나머지는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식으로 회유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고압적 행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공정위 심사관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g을 ㎏으로 착각해 가격을 '1000배 뻥튀기' 했다는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작성했다가 착오를 깨닫고도 철회하지 않는 등 불공정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조사 대상 범위가 포괄적으로 기재돼 사실상 회사 전체가 현장조사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검찰 수사는 압수수색 대상인 공간, 부서, 물건이 한정적으로 기재되지만 공정위 조사 공문에는 '본사' 'A영업소' 등으로 기재돼 기업으로서는 영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받게 된다.

그렇다고 업체가 조사 방법이나 조사 범위를 문제 삼아 공정위 조사를 거부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심의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부 공정위 조사관은 자료 제출이나 디지털 포렌식 등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에게 조사 방해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이 같은 경쟁당국 관행은 공정위 처분 4건 중 1건이 소송으로 비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공정위 처분에 승복하지 못하고 처분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보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공정위가 내린 행정처분 219건 가운데 60건에 대해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공정위 처분을 받은 기업 중 27.4%가 불복했으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10년 전만 해도 10% 초반에 그치던 소송 제기율은 2016년 처음 20%를 넘었고 최근에는 30%대로 향하고 있다. 처분에 불복하는 기업 대부분은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를 얻지 못했거나 혐의에 대한 사실 관계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도 개선 조치 일환으로 사건절차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이마저 대기업 위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상 한 번에 끝나는 심의를 추가 요청하기 위한 사건에 대한 과징금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중소기업은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공정위가 행정예고한 사건절차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최대 예상 과징금액이 1000억원 이상(부당공동행위 사건은 5000억원 이상)이거나 사업자인 피심인 수가 5명 이상(부당공동행위 사건은 15명 이상)이면 추가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연평균 2000건 정도 사건을 심의하고 있는데 지난 5년간 과징금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피심인이 5명 이상인 사건은 단 28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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