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경준 혁신IB 대표 "IPO 시장, 상반기는 '반짝 호황'… 하반기부터 진짜 옥석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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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3-06-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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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22일 자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모주 투자를 계기로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사나이가 있다. 바로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다. 사명에 투자은행(IB) 명칭이 붙은 것처럼 그는 기업 분석 선수다.  

IB·IPO 전문가로 업계에서 유명하지만 그는 하나의 수식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투자자문·투자일임 등 각종 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펀드까지 론칭하며 종합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났다. 

올 하반기 공모주 시장 호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는 '옥석 가리기' '진짜 대어들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 ‘혁신IB자산운용’이라는 회사를 소개해 달라.

"2019년 6월 '혁신파트너스'를 설립하면서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투자일임업을 등록한 뒤에는 '혁신투자자문'으로 사명을 바꿨다. 그런 뒤 2021년 투자자문업을 추가 등록하고 지난해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서 '혁신IB자산운용'이 됐다."

-IB를 이름에 붙인 이유가 있는지.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가 펀드,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하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IB만 잘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싶었다. IB업계에서는 우리 운용사가 제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특히 IPO 분야에서는 늘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IPO, 상장 전 지분 투자(Pre-IPO) 외에도 증권사와 함께 스팩 발기인 업무 등을 맡고 있다. 규모나 업력에 비해 일을 많이 하며 IB 관련 업무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IPO업계에서 유명한데, 금융업계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나도 개인투자자로 공모주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이를 계기로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파생상품 운용팀원으로 일을 했다. 그러다 IB팀으로 옮겼고 이후 여러 회사에서 공모주 매니저를 거쳤다. 이제는 IB 분야는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혁신IB자산운용이 만든 펀드 소개를 부탁한다. 이전과 차이 나는 점도 설명해 달라. 

"최근 코스닥벤처펀드인 '혁신IB라스트댄스'를 론칭했다. 이전 펀드인 '혁신IB광복절'은 공모주와 스팩, 일부 포스트 IPO 투자 위주로 전략을 펼쳤다면, 코스닥벤처펀드는 35%를 포스트 IPO 포트폴리오로 구성했고 나머지 15%는 공모주 내지는 상장사 전환사채(CB)로 구성될 예정이다."

-펀드 수익률은 어떤가. 

"'혁신IB광복절' 수익률은 20%를 넘겼다. KB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기준 우리 상품이 1분기 1등을 했다. '혁신IB라스트댄스'도 론칭한 지 한 달이 좀 넘었는데 수익률은 6~7%를 넘나든다."

-IPO 시장과 관련해 논평을 많이 하고 있다. 올 상반기는 어땠는지 진단을 부탁한다. 

"상반기 글로벌과 국내 증시 상승세로 IPO 시장도 '반짝 호황'을 누렸다. '흥행'보다는 '반짝 호황'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제대로 된 공모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 침체기에 투자자들의 갈증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1000억원 미만인 소형주만 나왔다. 수요(투자자)는 많은데 공급(소형주)은 적으니 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배정을 받아도 높은 경쟁률에 개인투자자는 1~2주에 그쳤다. 소형주에 1~2주면 치킨값 정도다. 상반기는 큰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22일 자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래도 하반기에는 두산로보틱스와 서울보증보험 등 최대어들이 나온다. 하반기는 어떨 것으로 보는가.

"하반기가 진짜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도 상반기를 생각하고 임한다면 생각만큼 흥행은 못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흥행 확정으로 경쟁력은 1700~1900대 1까지 예상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사이즈는 크지만 공기업이다. 사익 추구보다는 안정적인 배당성을 보고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사기업만큼 경쟁률이 셀 것 같지는 않다. 흔히 말해 '배당주'로 보면 된다. 특히 26일부터는 가격제한폭이 기준가 대비 60~400%로 확대돼 당분간 훈풍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하반기에 대어들이 몰리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처럼 다른 기업 유동성만 빨아들이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대어인 만큼 시장 활성화에는 좋다고 생각하는지.

"LG에너지솔루션은 50조원 규모였다. 지금 대어라고 불리는 기업들 가치는 1조~3조원이다. 해당 기업들 모두 합쳐도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동성을 빨아들인 것은 맞다. 그러나 시장 침체도 동시에 같이 왔다. 이 두 가지가 맞물린 것일 뿐이며 시장 침체기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한 직접적인 작용으로는 볼 수는 없다. IPO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대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시장이 선호하는 섹터와 연관이 있어야 기업도 흥행한다. 하반기에는 제대로 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IPO 시장을 지켜보면서 어떤 변화와 패턴, 문제 등을 감지했는지.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늘 IPO 제도로 변화를 줬다. 정치인으로서는 IPO 정책 개선이 표를 잡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처럼 개인투자자 배정 없이 기관투자자 위주로 배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온 국민이 공모주 투자에 뛰어드는 시대가 왔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를 의식해 배정 수량을 늘렸고 균등 배분 등 다양한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공평한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강남 큰손들만 배정을 받아간다는 비판에 균등 배분이 나왔다. 그러나 일괄적으로 배분을 하니 IPO 경쟁률만 올라갔다. 카카오뱅크 IPO 당시를 생각해보자. 1억원을 넣어도 1~2주만 배분됐다. 주식은 '의식주'에 해당하는 요소는 아니다. 부동산 청약과 같이 동일 선상에 놓을 필요는 없다. 균등 배분을 하니 차명계좌를 통한 IPO 투자 현상이 일었다. 결국 기업만 고평가로 거품 논란만 나오고 투자자는 투자금 대비 그만큼 차익 실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IPO  기업 상장 당일 가격 제한폭이 공모가 대비 60~400%로 바뀌었다. 당장 26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공모주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초반에는 폭등과 폭락이 나타나며 각종 논란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과도기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예전에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에 잡히면 투자자들은 매매를 하지 않았다. 이미 산 사람은 제한폭에 걸려 머물렀고 살 사람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제한폭이 60~400%로 뛰면 공모가 대비 7배를 넘나든다는 얘기다. 변동 폭이 그만큼 심하니 그만큼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물량을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팔려고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주가에 가격 거품은 사라지고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이뤄져 공모주 시장 활성화에는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핵심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해 특례상장 문턱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흥행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큰 차이가 있는지. 

"기업 입장에서 유리한 것은 맞다. 현재 IPO 기업 관련 정책에 △기업평가 △사업모델 △성장성 등이 있고, 여기에 핵심 기술까지 더해진다면 기업으로서는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이 더 생겨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그만큼 금융당국이 많이 도와주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상장 자체보다는 상장 후 관리도 중요하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만 봐도 상장 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상장 이후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한데 완화하는 분위기다. 특례 상장한 뒤 기업이 5년 정도 매출 미만으로 나오면 상장폐지가 돼야 하는데 유지를 해준다. 투자자 보호 명목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만 좋은 것이다. 또 일부 기업은 상장만 하고 며칠 뒤 바로 대표이사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바뀌는 일이 허다하다. 최근 횡령 사건, 거래 정지, 상장 폐지 등은 모두 상장 후 관리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 같다."

-정책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뭐라고 보나.
 
"현장 목소리를 더 들었으면 좋겠다. 정책 설계 단계부터 현재 업계에서 일하는 실무진 의견을 담는다면 현실에 맞는 정책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한말씀 부탁한다.

"뻔한 얘기지만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보통 물건 하나를 고를 때도 다른 물건과 비교하고 후기까지 찾아보면서 시간을 투자한다.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22일 자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LIG투자증권 IB사업본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
▷기술보증기금 기보엔젤파트너스
▷혁신AI신기술조합 대표펀드매니저
▷IBKS제17호스팩 이사회 의장, 대표이사
▷케이비제21호스팩 이사회 의장, 대표이사
▷혁신IB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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