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인데 응대 업무"...고통받는 사회복무요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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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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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복무기관은 우울증·대인기피증이 있는 아들에게 민원인 응대 업무를 주었다. 아들은 성실복무서약서를 써 강제로 업무를 해야 했다."

사회복무요원 고(故) 최준씨 어머니 최명희씨는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 최준 사회복무요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복무 입법대안 발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직장갑질119·청년유니온 등이 주최했다.
 
2명중 1명 판정사유와 배치되는 업무에

2016년 6월 22일 세상을 떠난 사회복무요원 최씨는 근무 당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병무청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복무기관은 이를 감안하지 않고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를 지시했다. 최씨는 당시 신상명세서를 통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밝혔음에도 업무를 해야 했다.

같은 해 4월 극단선택을 시도한 이후 그해 5~6월엔 민원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증세가 호전됐다. 그러나 최씨는 민원 업무를 하던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자리를 비우자 대신 민원 업무를 해야 했고, 이 일을 하던 도중 숨졌다.

최씨가 사망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은 여전히 부당한 업무지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노조·공익인권법재단 공감·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사회복무요원과 소집해제자 35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가량(46%)이 '4급 판정 사유와 배치되는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고 답했다. 

가령 시력으로 4급 판정을 받은 사회복무요원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무 업무를, 허리디스크를 앓는 이들이 허리를 수차례 숙여야 하는 청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응답자의 45.1%(158명)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하은성 사회복무요원노조 사무처장은 "사회복무요원들은 사회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4급 판정 사유에 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다 질병이 악화되고 부당한 업무지시와 폭언에 노출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지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무 과정 중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이 64%로 일반 직장인의 2배에 달했다"며 "사회복무요원들이 겪는 심각한 괴롭힘을 방지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복무 위해 병역법 개정해야"

사회복무요원 노조는 이날 사회복무요원의 안전복무를 위한 병역법 개정안 마련을 촉구했다. 보충역 처분 원인이 된 질병·심신장애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임무를 부여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복무 중 괴롭힘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21년 5월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직장내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현장증언에 나선 장모씨는 "시력이 -0.03 이상임에도 사무 업무를 배정받아 매일 눈을 비비면서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안전복무가 실현되도록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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