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모디, 국빈 訪美 ..내년 총선 지렛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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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입력 2023-06-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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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완 교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다음 주 미국을 국빈방문한다. 인도 총리로서는 15년 만에 미국을 국빈방문하는 것이다. 75년간의 인도와 미국 관계에서 인도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은 1963년과 2009년 딱 두 번 있었다. 그만큼 이번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에 기대가 크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초대하는 3번째 국빈방문이다. 모디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미국을 국빈방문한다.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항상 중요하지만 이번 국빈방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간 경쟁이 심화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방문 기간(21~24일)에 모디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국빈 만찬, 헤리스 부통령과 점심을 비롯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등이 예정되어 있다.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자유롭고 개방되며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양국 공동의 약속은 물론 국방, 청정에너지, 우주 등 전략적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공동의 결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견제 위해 친미 정책 추진하는 모디 정권

모디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바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친미 정책을 추진했다. 전임 만모한 싱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시브산카르 메논(Shivshankar Menon)은 모디 정부 1년의 인도 외교정책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싱 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친서방, 특히 친미 정책의 강화라고 지적했다. 모디 정부 들어 인도의 외교정책이 미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단적인 예는 2015년 인도 공화국기념일에 주빈(Chief Guest)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 인도는 공화국기념일 주빈을 초청할 때 해당 국가와의 전략적·경제적 파트너십을 고려하여 선정한다. 다시 말하면 자국 외교의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한다. 모디 정권은 적극적 동방정책(Act East Policy)과 서방정책인 링크 웨스트(Link West)를 추진하면서 미국(2015년)과 프랑스(2016년) 정상을 연이어 공화국기념일 주빈으로 초청했다. 이는 모디 정권이 출범하면서 인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서방 쪽으로 기운 것을 의미한다.

모디 정부 집권 초기 미국과 프랑스 정상을 공화국기념일 주빈으로 초청한 답례가 공교롭게 올해 연달아 이어진다. 모디 총리는 6월 22일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바로 다음 달인 7월 14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릴 프랑스 대혁명 기념 열병식에 주빈으로 참석한다. 이는 모디 정권 초기에는 인도가 서방을 더 필요로 했지만 지금은 서방이 인도를 더 필요로 하고 있다. 그만큼 인도의 위상이 높아졌고 국제 정세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도 공화국기념일에 주빈으로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인도·태평양 공동전략비전(India-US Joint Strategic Vision for the Asia-Pacific and Indian Ocean)'을 발표했다.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적 확장정책을 억제하고 인도양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모디 정부는 전임 만모한 싱 정부의 미온적인 중국 견제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태도를 공식화한 것이다. 양국은 군사협력을 보다 강화하기로 하고 ‘2015 미국·인도 방위관계체계(2015 Framework for the US-India Defence Relationship)’에 새롭게 합의하고 10년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강화된 인도와 미국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018년부터 양국 간 외무·국방장관 2+2회담으로 이어졌다. 2020년 미국 대선이 일주일 남은 중요한 시기에 미국 외교·국방장관이 인도를 직접 방문하여 군사지리정보 공유를 위한 중요한 '기본교류협력협정(BECA·Basic Exchange and Cooperation Agreement on Geospatial Cooperation)'을 체결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인도와 미국 관계는 민주주의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기존 태도 고수하며 미국 첨단 방산기술 이전 받으려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에서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강한 인도' 건설을 위해 필수적인 방산 협력이다. 특히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F414 전투기 제트엔진을 인도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다. 올해 초 인도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양자 컴퓨팅, 특히 방산 분야 첨단 기술에 대한 상호 협력을 위해 '인도·미국 ICET(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에 합의했다. 이후 5월 일본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간 ICET를 실질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인도는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 기간에 양국 간 ICET 일환으로 F414 제트엔진 기술 이전 MOU 체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자주국방과 국방 현대화를 위해 방산 분야에서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F414 엔진은 GE가 F404 엔진의 후계로 F/A-18E/F 슈퍼 호넷 전투기를 위해 개발한 후기연소기(afterburner)가 있는 터보팬 엔진이다. 인도는 자국이 개발 중인 테자스(Tejas) 경전투기(Light Combat Aircraft) Mark 2 모델에 GE F414 엔진을 탑재할 계획이다. F414 엔진은 단발로는 경전투기에 적합하고 쌍발로는 전투기나 공격기에 적합하다. 협약의 최종 세부 사항은 양국이 MOU를 체결한 후에야 명확해지겠지만 F414 엔진의 기술이전과 인도 현지 제조 부품 비율이 75%에 이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인도는 이번 모디 총리 국빈방문 기간에 미국 MQ-9B 무인 공격기 드론 30대를 구매하는 데 합의하려고 한다.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주 인도를 방문하여 GE F414 제트엔진을 비롯한 양국 간 국방협력을 논의했다. 모디 총리의 국빈방문 일주일을 앞두고 이번 주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뉴델리를 방문해 최종 조율 중이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기존 태도를 유지하면서 미국에서는 GE F414 제트엔진 기술이전이라는 선물을 받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간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도 외교의 전략적 자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인도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GE F414 제트엔진 기술이전 최종 MOU는 9월 인도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로 미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도가 러시아에 대한 기존 태도를 고수하지만 미국이 인도에 GE F414 제트엔진 기술을 이전하기로 합의하면 이는 그만큼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측 입장이 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강한 인도'만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도 전문가 수미트 강굴리(Sumit Ganguly)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에 필사적으로 구애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경쟁 심화 속에서 중국 주도로 BRICS가 외연 확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 13개국이 브릭스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마저 기존 만모한 싱 정부처럼 중국의 확장정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미국으로선 미·중 패권경쟁에서 장기적으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이다. 인도는 이러한 최근의 국제 정세를 누구보다 잘 이용하고 있다.
 
총선 앞두고 지지율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

모디 총리는 이번 미국 국빈방문 성과로 자신은 물론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모디 총리와 BJP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는 지난 5월 남인도 핵심 주(state) 중 하나인 카르나타카 주의회 선거에서 패배했다. 선거기간에 BJP는 모디 총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으나 결국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에 주 권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모디 총리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카르나타카 주요 선거구를 20번 정도 방문하면서 선거 유세를 펼쳤지만 BJP를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따라서 그동안 중요 선거 때마다 작동했던 '모디 매직'이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디 총리가 자랑하는 인도 경제 발전이나 전국 차원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성과 등은 카르나타카 유권자들에게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들려올 뿐이었다. 지역 차원에서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발전의 혜택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모디 정권의 소수 종교, 언론, 야당 정치인 탄압 등에 대한 반감도 가중되고 임기 9년을 채운 모디 총리의 집권에 대한 피로감도 표출되고 있다.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가 예전만 못하고 정권에 대한 반감도 점차 커져가는 상황에서 인도 최대 야당인 INC 지도자 라훌 간디는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에 앞서 열흘 일정으로 미국 주요 3개 도시 순방 중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과 워싱턴시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하면서 모디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모디 총리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경제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에는 뉴욕 맨해튼의 제이컵 재비츠 센터에 재미 인도국민회의 지지자 7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인도의 민주화와 헌법 수호를 위해 미국 내 인도인들과 고국의 인도 국민이 함께 궐기하라고 당부했다.

당장 올 하반기에 마디야 프라데시, 라자스탄, 텔랑가나 등 중요한 주들에서 선거가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이후 2024년에는 모디 총리의 사활을 건 총선이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는 카르나타카 주의회 선거 패배에서 벗어나 올해 있을 주요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주의회 선거에서 계속 실패하면 모디 정부의 전국적인 대형 인프라 건설 계획과 같은 경제정책도 동력을 잃고 결국 정권도 잃을 수 있다. 이런 국내 정치 상황에서 모디 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미국 국빈방문을 떠나게 되었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연구소 소장 ▷인도연구소 HK+ 사업단장 ▷<남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 ▷Editor-in-Chief, Journal of India and Asia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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