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戰에 車부품업계 곡소리···철수냐 버티기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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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5-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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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M에 현가장치 공급하던 'SNT모티브'

  • 경기불황에 폴란드 부품법인 청산키로

  • 대원강업·현대모비스 등도 수익성 악화

  • 러 중심 완성차 철수 이어져 상황 옥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불황이 자동차 산업계를 강타하자 국내 부품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버티기와 철수 사이 갈림길에 서게 됐다. 완성차 판매가 줄어든 지역의 법인을 철수하는 전통 자동차 부품사가 있는가 하면 철수로 인한 매몰 비용 부담에 생산도 청산도 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이탈로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완성차 생산량이 점차 줄고 있어 부품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NT모티브는 폴란드 자동차부품 법인을 청산하기로 했다. 

폴란드 법인은 2007년 설립돼 GM에 현가장치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GM이 유럽시장에서 철수한 데 이어 러시아 등 주요 지역에서 철수를 이어가자 결국 법인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주변국들의 완성차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SNT모티브는 새로운 고객사를 모색하는 것보다 해당 공장을 SNT다이내믹스 등 신사업 분야에 넘겨 새로운 수익 창출구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SNT모티브 같이 과감히 철수를 결정한 곳이 있는 반면 철수도 생산도 하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대원강업의 러시아 법인 매출은 2020년 1분기 3억6775만원에서 올 1분기 2787만원으로 99% 감소했다. DRB동일의 올 1분기 러시아 법인 순손실은 8억91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두원공조 법인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4억3252만원 손실로 전환됐다. 세계 78위의 부품사인 유라코퍼레이션은 러시아 등 종속기업 투자계정 잔액이 0이 돼 지분법 평가시 미반영된 손실 누적액은 1465억4008만원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한 후에도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협력업체는 현지에 남겨 카자흐스탄 기업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부품 조달을 유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룹이 매각을 두고 러시아 정부와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계열 부품사들의 수익성만 악화되고 있다. 현대위아의 올 1분기 러시아법인 총포괄손실은 369억9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해외 법인 중 가장 큰 손실액이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공장 철수가 이어지며 부품사들을 더욱 옥죌 전망이다. 러시아 점유율 1위이던 르노는 러시아 내 자회사들의 지분을 모두 러시아 정부와 모스크바 시정부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포드도 러시아 합작회사 지분 49%를 매각했고 벤츠 역시 러시아 현지 딜러사에 지분 매각을 선언했다. 도요타와 렉서스, BMW, 닛산, WAG(폭스바겐·포르쉐·아우디·스코다),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등도 러시아 사업 철수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자동차 생산량도 감소 추세다. 지난해 러시아의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45만대에 그쳤다. 러시아의 자동차 연간 생산량이 가장 적었던 2009년은 60만대였는데 지난해 이를 15만대나 하회했다. 한때 8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하던 폴란드는 지난해 48만대로 2배 가까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영세 부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2%대에 그치는데 그간 해온 자산과 투자 등이 모두 매몰 비용으로 이뤄져 철수를 해도 문제"라며 "해외 시장에 발이 묶인 채 전동화 전환에도 투자를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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