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벌점 받고 회사가 한화시스템에 흡수합병…대법 "벌점도 승계"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에 따라 벌점을 부과했는데 벌점을 받은 기업이 분할·합병됐더라도 새롭게 사업을 이어받은 회사에 벌점이 승계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화시스템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영업정지·입찰참가자격제한요청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9년 8월 공정위는 '특정 기업이 3년 동안 하도급법 위반으로 받은 벌점이 5점을 넘으면 공공사업 입찰 참가 제한을, 10점을 초과하면 건설업 영업정지를 관계 기관에 요청한다'는 하도급법에 따라 한화시스템에 영업 정지 및 공공사업 입찰 참가 제한 결정을 해 줄 것을 관련 행정기관에 요청했다. 

옛 한화S&C는 2014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1.75점의 벌점을 받았는데 이후 옛 한화S＆C는 2017년 10월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분할신설법인 한화S＆C로 분사했다. 신설법인인 한화S＆C는 2018년 8월 한화시스템에 흡수합병됐다. 흡수합병됨에 따라 공정위는 한화시스템의 벌점이 누적 10점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화시스템은 2019년 8월 "분할 전 벌점을 이유로 신설 회사에 제재를 내릴 수 없다"며 공정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옛 한화S＆C가 법 위반행위를 했고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사실관계가 한화시스템에 승계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정위 결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옛 한화S＆C에 부과된 벌점은 분할되는 회사의 공법상 의무 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에 해당하므로 한화시스템에 승계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판례에서는 법률상 의무나 책임 등은 기업의 분할·합병 시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공정위 벌점도 승계되는 것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회사분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공정위)가 분할 신설회사에 대해 후속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회사분할을 통해 기존에 부과받은 벌점 등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어 벌점 부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