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의 경제학] 1000원 막걸리·350원짜리 도시락...유통업계 피 튀기는 PB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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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3-05-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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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에 유통가 PB 인기…편의점 PB, 매년 두 자릿수 성장

  • 유통마진 줄여 NB상품 대비 10~40% 저렴한 가격에 판매

CU 서민막걸리 [사진=CU]

"얼마나 싸게 사봤니?"

저렴한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초저가 상품 출시도 증가했다. 1000원짜리 막걸리가 나오는가 하면 제육볶음 도시락은 단돈 350원에 판매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생활용품부터 식품까지 PB 상품을 확장해 물가와 고객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편의점 GS25와 CU의 PB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8%, 19.7% 신장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지만 PB 상품은 저렴하게 선보인다. PB는 디자인 간소화와 판촉 비용을 축소하는 동시에 자체 마진까지 합리적으로 설정해 NB(제조사 브랜드) 상품 대비 가격을 10~40% 낮출 수 있다.

유통 마진을 없애고 트렌드까지 접목한 편의점 PB는 매출 증대에 일등 공신이다. 캐릭터나 지역 맛집, 명물 등을 담은 고품질 PB 상품은 편의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PB 상품이 인기를 끌자 최근 편의점 업체들은 도시락과 커피, 디저트류를 넘어 최근 할인율 90%에 육박하는 '초저가 PB 행사 상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행사 상품은 박리다매 효과는 물론 고객 유인 상품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CU는 2000원에 판매하던 아이스아메리카노(500㎖)를 5월 한 달간 200원에 판매한다. CU는 중소 업체와 협업해 1000원짜리 '서민 막걸리', 400원짜리 아이스크림도 선보였다. GS25는 지난달 정가 3900원인 햄버거를 780원에, 4500원에 파는 제육볶음 도시락은 350원에 판매했다. 세븐일레븐도 삼각김밥과 사이다를 합쳐서 78% 할인된 550원에 제공했다.

초저가 상품은 편의점과 통신사, 카드사가 각각 할인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다. 편의점에서는 마진이 없거나 적은 초저가 행사 상품에 수억 원대 비용을 쓰게 되지만 이들은 고객 발길을 이끄는 '미끼상품' 역할을 한다. 실제 행사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음료나 주류 등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바구니 물가와 연관이 깊은 대형마트도 PB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대형마트는 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가성비 있는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품목은 물티슈와 휴지, 생수 등부터 시작해 우유와 콩나물 등 지속적으로 품목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마트 대표 PB인 노브랜드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노브랜드는 상품의 본질적인 기능과 상관없는 비용을 줄여 거품 뺀 가격에 상품을 제공한다. 해외 직소싱한 닭꼬치, 부산우유 원유 재고를 활용해 만든 우유 등이 인기다. 

홈플러스는 PB '홈플러스 시그니처'를 운영하고 있다.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일반 상품 대비 10~15% 저렴하게 판매한다. 홈플러스 시그니처 상품 수는 2019년 론칭 당시 900여 종에서 시작해 2022년 3000여 종까지 늘었다. 전체 상품 매출 중 PB 상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작년 9%를 기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격은 물론 품질까지 잡기 위해 담당 바이어들이 다양한 협력사들과 수많은 테스트 과정을 거쳐 PB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협력사를 최종 선정하고 나면 대량생산을 약속해 원·부자재 수급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협력사는 마케팅 비용 없이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윈윈 구조"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활 잡화 등 그로서리 PB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3월 마스터 PB '오늘좋은'을 론칭했다. 롯데마트 PB 전문 MD와 롯데 중앙연구소는 국내외 트렌드와 채널별 판매 데이터, 소비자 만족도 조사 등을 분석해 상품을 기획했다.

그중에서도 오늘좋은 콜라·사이다 제로는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6개월 넘게 연구에 매진했다. 향과 탄산 농도, 대체당 변경 등 직원 테스트를 수십 차례 거쳤다. 유통 마진을 줄인 이 제품은 NB 상품에 비해 4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 양극화로 초저가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PB 상품이 매년 높은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가성비 좋은 PB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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