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후폭풍]비수기에 차곡차곡 오른 요금…성수기 폭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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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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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애매한 에너지 가격 신호에 혼선…3분기 요금 인상 어려울 것

[사진=아주경제 DB]

"지난 겨울 가스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는데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올여름도 냉방비 폭탄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세종시에서 2명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4인 가구의 주부 A씨는 최근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보면서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를 떠올렸다. 매월 30만원 안팎의 아파트 관리비를 납부해 왔던 A씨는 50만원이 넘게 나온 지난해 12월분 관리비 명세서를 받아들면서 급등한 열·가스요금을 피부로 느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올여름 냉방비 폭탄을 우려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16일부터 적용된 2분기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8원이 오른 수준이다.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됐지만 냉방 수요가 많지 않은 5~6월은 전기요금 인상을 체감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냉방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력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지난해 7~9월 한전의 전력 판매량은 월평균 674만9677㎿h를 기준으로 7월은 11.8% 8월 32.8% 9월 9.5%씩 늘었다. 

정부는 이번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 규모가 4인 가구가 한 달에 사용하는 332㎾h를 기준으로 월 3000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4인 가구가 332㎾h를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으로 월 6만6000원 정도를 내는 수준이다. 

하지만 냉방수요가 가장 많은 8월 32.8%의 전력을 더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력사용량은 약 440㎾h까지 늘며 전기요금도 8만5000원 수준로 증가한다. 여기에 여름철 3단계 누진제 구간인 450kWh 이상을 사용할 경우 더 높은 요율이 적용돼 냉방비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신호가 명확하지 않아 서민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에너지 수요 절감이 절실한 상황에서도 가구당 매월 부담해야 할 규모가 크지 않다는 설명과 함께 꾸준히 소폭 인상을 추진했다. 

특히 가스요금은 지난해 4·5·7·10월 네 차례 인상을 통해 MJ(메가줄)당 14.2원에서 19.7원까지 올랐다. 통상 4월에서 10월까지는 난방수요가 적어 가스 사용량이 많지 않은 시기다. 결국 가스 사용량을 절감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금 신호가 미약했던 탓에 겨울철 관성적으로 예년과 비슷하게 난방을 사용한 서민들이 가구당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이 늘어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올 2분기 전기요금 결정 과정도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를 답습하고 있다. 2분기는 냉·난방 수요가 적어 연중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적은 시기다. 전기가 남아도는 탓에 전력계통의 과부하 방지를 위해 필요 시 태양광 발전 설비 등의 출력제어를 실시해야 할 정도다. 

이처럼 전기 사용량이 많지 않은 시기의 요금인상은 국민의 체감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소폭 인상이지만 매 분기 꾸준하게 오른 전기요금 인상분의 후폭풍이 올여름 냉방비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최근까지 ㎾h당 40.4원이 인상됐다. 1년 새 35.3%가 오르면서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매월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도 1만3000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기요금이 상당 수준 오른 상황에서 냉방비 폭탄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연중 사용량이 가장 많은 3분기 전기요금은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준신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의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올 여름 냉방비 폭탄 사태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이미 전기요금이 상당 폭 오르면서 3분기 전기요금은 내년 선거 등을 의식해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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