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승리에도 태국 시장은 잠잠…막강 군부에도 정권 이양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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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05-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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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주제 개혁 요구와 경제 개혁 요구 상승 작용

  • 피타 대표, 잃어버린 10년 회복 약속

  • 해외 투자자, 정권 이양 성공 이후에나 반응할 듯

 
epa10629301 Move Forward Party's leader and prime ministerial candidate Pita Limjaroenrat (C) greets supporters from the top of an open-top truck during a caravan parade to thank voters after winning the general election in Bangkok, Thailand, 15 May 2023. Move Forward Party announced it will form a coalition government after leading the nationwide vote count in the general election over the allies of conservative and military-backed parties which took power since 2014.  EPA/RUNGROJ YONGRIT/2023-05-15 2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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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태국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전진당의 모습. 가운데 흰색 셔츠를 입은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 [사진=EPA·연합뉴스 ]




태국 총선에서 군부가 지면서 대대적인 개혁이 전망된다. '군주제 개혁', '왕실모독죄 폐지', '징병제 폐지' 등 급진적인 공약을 내세운 진보정당 전진당(MFP)가 제1당이 됐다. 군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오던 군주제도 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부가 퇴진하고 민정의 도래가 예고돼 있지만, 태국 증시는 비교적 잠잠하다. 민간으로 정권 이양이 끝날 때까지 군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몰라서다. 민정으로 정권 이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의 시선이 주목된다. 정권 이양이 완료되어야 시장이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 총선, 군부 정권 패배…야권 승리 중심에 전진당·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 

이번 총선 결과로 인해 2014년 쿠데타로 등장한 군부 정권의 종식 가능성이 커졌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태국의 야당인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다. 이들은 전체 500석 중에 각각 151석, 141석을 차지했다. 전진당은 선거구 112석와 비례대표 39석을, 푸타이당은 선거구 112석 비례대표 29석을 확보했다. 반면 군부와 연정을 이룬 품짜이타이당은 71석을 얻는데 그쳤고, 군부정당 빨랑프라차랏당은 40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야권의 2개 양당이 합쳐 과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정권 교체를 위한 의석에는 못 미쳤다. 태국 특유의 헌법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태국 헌법은 250명 상원의원 전원을 군부가 지명한다. 군부는 250석 상원에 하원 126석만 얻으면 과반인 376석을 얻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야권은 하원에서 376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 

이번 총선의 명실상부 주인공은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와 전진당이었다. 전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 방콕의 지역구 의석 33개 중 32개를 싹쓸이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고향이자 태국 제2도시 치앙마이에서도 10곳 중 7곳을 차지했다. 

전진당은 2019년 총선에서 제3당을 차지한 '미래전진당'의 후신이다. 2020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판결을 받기도 했다. 소속 의원의 평균 나이가 44세라는 사실이 보여주듯 젊은 피로 구성된 개혁정당이다. 

세계 언론은 엘리트 기업인 출신인 전진당의 피타 대표를 주목한다. 유년시절을 뉴질랜드에서 보낸 후  태국 명문 탐마삿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공 정책 석사 학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MBA를 얻었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 모빌리티 기업 그랩의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외모와 매너도 그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주목받았다. 토론 스타일은 정중하면서도 단호했다. 탁월한 소통 능력은 대중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나이도 현재 집권 중인 프라윳 찬오차 총리보다 26살이나 어리다. 

피타 대표는 총선 승리 후 트위터를 통해 총리직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피타 대표는 "우리는 같은 꿈과 희망을 품고 있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사랑하는 태국은 더 좋아질 수 있다"며 "당신들이 동의하든 안 하든 나는 총리가 될 것이고, 나를 뽑든 뽑지 않았든 봉사할 것”이라고 썼다. 전진당이 5개 이상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다면 피타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 군주제 개혁 이면에 경제 개혁 열망

군주제 개혁은 전진당 승리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 개혁에 대한 갈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진당은 태국 사회의 예민한 부분을 이번 총선의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군주제 개혁, 징병제 개혁, 동성 간 결혼 허용 등 민감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왕실모독죄'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피타 대표는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에게 “형법 112조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있어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태국에서는 왕실을 모욕하면 최대 15년 징역을 받게 된다. 피타 대표는 "군주제와 국민, 특히 젊은 세대 간의 관계가 우려된다"며 "의회를 통해 성숙함, 투명성, 군주제와 대중의 관계에 있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포괄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진당의 일부 후보가 과거 왕실개혁 시위에 참여해 2020년 형법 112조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례가 있다. 당시 시위 이후에 미성년자 17명을 포함해 223명이 태국 정부에 의해 기소됐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개혁 바람 기저에는 태국 경제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집권여당인 군부에 대한 경제적 불만이 변화의 목소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피타 총리는 현재 태국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정의했다. 경제 성장 둔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은 태국 경제를 후퇴시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업은 1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경기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 위축 등이 영향을 끼쳤다. 

이번 선거에서 피타 대표는 △일 최저임금 450바트(1만 8000원)로 인상 △2027년까지 노인 수당 3000바트(약 12만원)로 인상 △전기료 절감 △고령 농민 부채 탕감 △임대료  △방콕 제외 균형 발전 등을 내세웠다. 제2당을 차지한 프아타이당 공약 사항인 △16세 이상에 지역 화폐 10000바트(약 40만원) 제공 △최저임금 600바트(약 2만 4000원)로 인상 등에 비해 허황되지 않으면서도 근본적인 개혁을 들고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 직전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경제였다. 지난 12일 갤럽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경제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 유권자(43%)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 유권자(36%)보다 많았다. 특히 경제 비관론이 태국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지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 태국 북부 지역의 표심도 집권 여당이 아닌 전진당으로 쏠리는 모습을 보였다. 

◆ 민정 이양 여부가 시장 상황 좌우할 듯

총선 결과가 알려지자, 태국 바트화 가치는 0.9%나 상승하며 5주래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해외 투자자들은 군부 정권보다 민간 정부가 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태국 증시는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이다. 군부에서 민간으로의 정권 이양 여부에 대해 긴장하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정권 이양 여부가 결국 향후 경제 정책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관광업, 소매업, 전력 생산업이 유망한 산업으로 꼽혔지만 해당 산업의 주가는 급등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제2당 프아타이당은 여름철에 전기 가격 인상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유권자를 유인하는 방법으로 전기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또한 총선 다음 날 발표된 1분기 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7% 성장해 블룸버그가 추정한 예상치(2.3%)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대해 타마라 마스트 핸더슨 경제학자는 "1분기 태국 GDP 성장 가속화는 아마도 태국 은행이 경기 부양책을 축소하도록 자극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또 인기영합적 공약도 태국 경제의 긴축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결국은 차후 정부의 구성 방식과 민정으로의 순조로운 이양 및 향후 정책에 대한 확실성 여부가 태국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태국에는 군부가 임명한 250명의 상원의원이 있고 이들은 하원의 선출된 의원들과 총리를 뽑는 투표권도 갖고 있다"며 "태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될지 여부를 이들이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자의 믿음을 얻고 유지하는 데 핵심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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