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서지용 카드학회장 "위기 돌파하려면 신흥국 진출, DSR 규제 해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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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5-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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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됐다. 올 1분기 카드사들의 평균 순익이 작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그렇다고 향후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오는 9월 코로나 대출 청구서(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 종료)가 날아들면 연체율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장담할 수 없는 와중에, 빅테크들은 카드사 고유영역이던 결제시장 진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최근 연임에 성공한 서지용 제11대 한국신용카드학회장과 만나 카드업의 현 상황과 타개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 회장은 카드사가 생존하려면 신흥국 진출을 적극 검토하는 것 외에도 데이터 사업을 통한 수익창출,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 해소, 빅테크에 대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적용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래는 서 학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올 1분기 카드사 순익이 급감했다. 향후 분위기는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어떻게 보나.
 
"카드사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신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조달 비용이 다소 감소한다 하더라도 최근 높아진 대출금리 등 운용 금리 상승으로 인해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후 대손 발생과 충당금 추가 적립 등 위험관리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 사업과 관련해서는 카드론 수요가 높은 금리와 차주별 DSR 40% 제한 등으로 인해 점점 줄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시장과 신용판매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1분기 실적 악화가 가시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이 올해 자산 운용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즉, 해당 요인이 올 1분기 순이익 감소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 총비용과 이자비용은 각각 1조9000억원, 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카드사 전체적인 수익 모델이 악화하는 상황에 빅테크와는 경쟁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쟁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 있을까.
 
"무엇보다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카드사는 결제시장 비교우위를 토대로 금융소비자에게 금융 상품(카드론, 할부금융, 리스 등)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빅테크와 페이업체(전자금융보조업자)의 모바일 결제시장 진입 가속으로 카드사 주도권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면 언젠가는 금융 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적용받는 신용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쟁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간편 결제업체로 인식되는 전자금융업법상 전자금융업자의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를 카드사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빅테크 후불결제서비스(BNPL) 연체율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빅테크들은 이를 해결하려면 연체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한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연체정보 공유가 제한되는 점은 빅테크 BNPL 연체율이 늘어나는 주요 이유다. 연체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채무자는 여타 금융 거래에 제한이 없어 채무 상환에 대한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빅테크의 BNPL 역시 연체 정보를 타 금융사와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전면적인 연체정보 공유는 자칫 금융 이력 부족자에 대한 ‘포용금융’이라는 도입 취지 자체가 퇴색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연체 기간에 따른 차별적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 분위기에선 카드사가 생존하려면 기존 사업 외에 추가적인 수익원 확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있을까.
 
"최근 동남아 등 신흥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카드사가 있다. 수익 다각화를 위해선 먼저 해외시장 진출을 꾸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사업에 대한 부가가치화에도 지금보다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카드사는 현재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서 뚜렷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금융사에 비해 매출 정보 등 상세한 고객 정보를 가진 장점을 살려 데이터 사업을 주력 수익사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할부금융과 리스업에 대한 사업 역량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대표적인 규제는 뭐가 있을까.
 
"카드론에 대한 차주별 DSR 40% 규제 적용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 통상적으로 저신용 차주가 급전 대출 용도로 카드론을 활용한다. 실수요 대출 억제가 DSR 규제 강화의 취지가 아니란 점을 고려하면 DSR 산출에서 카드론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카드론 규제 후 리볼빙 서비스와 현금서비스 등 단기 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장기 대출에서 단기 대출로 옮겨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채무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시장 상황이 또 한번 변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장단기적 영향은 어떻게 보는지.
 
"애플페이가 모바일 간편 결제시장에서 단순한 메기 역할을 넘어 기대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 기기에 현대카드를 등록한 고객 수가 단기간에 급증한 점은 향후 애플페이 잠재적 이용자가 그만큼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걸림돌이 되는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단말기 보급률이 낮은 것도 수요 확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로 장기적 제한 요인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현대카드는 그간 PLCC(사업자 표시 신용카드) 사업을 통해 다양한 제휴 업체와 사업을 강화해온 터라 충성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애플페이 흥행을 더욱 가속시킬 여지가 크다.
 
이를 계기로 모바일 간편 결제시장에서는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서비스 사업자 간 합종연횡을 통한 경쟁 구도가 본격화하는 식이다. 실제로 네이버·카카오와 삼성페이 제휴, 카드사 간 앱 표준화 서비스인 ‘오픈페이’ 등장 등과 같은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는 업체는 향후 고객에 대한 금융 상품·서비스를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키워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삼성페이도 유료화를 선언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이 고객에게 전가될 위험은 없나.
 
"충분히 전가될 수 있다.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규제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에 가맹점보다는 주로 개인 회원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카드사들은 삼성페이에 불가피하게 지급하게 된 수수료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회원 부과 혜택 축소 등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혜자(고 혜택) 카드’를 앞다퉈 단종하고 있다. 이를 막을 방법은.
 
"카드사 실적 악화가 혜자카드 단종의 주된 이유다. 결국 카드사 수익성 개선이 혜자카드 축소를 억제하는 방법이다. 카드사 수익성을 제고하려면 자체적인 사업 다각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와 카드론 규제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급결제와 후불 결제시장에서 경쟁하는 빅테크에 대한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끝으로 카드업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드사가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려면 모바일 간편결제의 결제기능 고도화와 부가 서비스화를 통한 충성 고객 확보가 시급하다. 또 생활금융플랫폼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플랫폼 기능을 특화해 빅테크에 비해 열악한 플랫폼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통해 민간소비를 주도하는 카드사의 계좌 기반 서비스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서지용 학회장, 국내 카드시장에 대한 이해도 가장 높은 학자 중 한 명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최근 제10대에 이어 11대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지난 1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다. 서 학회장은 국내에서 신용카드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여신금융협회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서지용 학회장은 연임 당시 “최근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국내 신용카드사에도 새로운 경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학회도 이론적 논리 개발을 토대로 여전업계 경영 현안에 관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최고의 학회로서 계속 발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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