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앱 마켓 등에 업은 구글·애플…눈치만 보는 국내 앱 개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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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3-05-1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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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애플,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앱 개발사들에게 높은 영향력 행사

  • 독점 출시 압박, 갑작스런 결제 정책 변경, 수수료 과다 징수 등으로 도마 위

  • 앱 마켓 필요성 인정하지만…복수 앱 개발사들 "부작용도 만만찮은 것이 사실"

구글 플레이 메인 상단에 배치된 '신규 추천 게임'은 '구글 피처드'로 불린다. 구글이 이곳에 신작 게임을 선정할 시 신작 게임의 매출 등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 [사진=구글 플레이 갈무리]


앱 개발사들에게 앱 마켓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모바일 앱을 가장 편리하게 유통할 수 있는 창구이며, 앱 마켓과의 협업을 통해 마케팅 등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결제·보안 등 개별 앱 개발사들이 일일이 준비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운영 측면의 고민도 덜어준다.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앱 마켓이 '플랫폼의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앱 마켓에 대한 심한 의존도는 앱 마켓에 '갑'의 위치를 부여했고, 이들은 그러한 위치를 십분 활용해 지배력을 높여 왔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 경쟁 저해 등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사례들도 많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과 국회에서는 앱 마켓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앱 마켓의 지배력이 여전한 만큼 문제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앱 마켓 시장 지배력 확보한 구글·애플, 생태계를 '쥐락펴락'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 마켓 시장에서 84.4%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7~2018년에는 점유율이 90% 이상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애플은 앱 마켓 전체 비율로 보면 10%가 약간 넘는 수준이지만, iOS 앱 마켓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영향력은 점유율에 비해 크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앱 개발사들은 앱을 출시할 때 안드로이드용과 iOS용 두 가지 버전으로 내놓는다. 안드로이드 앱 마켓 시장에서 80~90%의 점유율에 이르는 구글 플레이와 iOS 시장을 독점한 애플 앱스토어에 앱을 선보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게다가 이들 앱 마켓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져 있기에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더더욱 양사 앱 마켓으로의 출시는 필수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앱 개발사들은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가 필수적인 유통 창구이다보니 구글과 애플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개별 업체들이 반기를 들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까지 IT업계 전반을 강타했던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은 이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글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디지털 콘텐츠(웹툰·음원·OTT·전자책 등) 사업자들에게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매출의 최대 30%에 이른다는 점이었다. 앱 개발사들에게는 전에 없던 새로운 부담이 생긴 셈이었지만, 개별 업체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없었다. 자칫 구글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앱 마켓 관련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모바일 게임사들의 경쟁 앱 마켓(원스토어)에 게임 출시를 막는 등 시장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의 영향으로 인앱결제만 강제되지는 않았다. 다만 구글은 제3자결제에 대해서도 인앱결제 대비 불과 4%p 낮은 수수료율(최대 26%)을 발표하면서 앱 개발사들이 갑작스레 수수료 부담을 지게 된 점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지난해 대부분의 웹툰·음원·OTT·전자책 플랫폼들은 일제히 앱에서 결제하는 이용권 가격을 10~20% 제각기 올렸다. 결과적으로 앱 개발사들의 부담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가 소비자들에게까지 미친 셈이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앱 마켓을 견제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원스토어를 견제하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게임사들이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각종 조건을 내걸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구글이 구글 플레이 메인 페이지 최상단 배너 노출(구글 피처드)과 해외 진출 지원 등을 미끼로 대형 게임사들의 중요 게임들을 구글 플레이에만 독점 출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원스토어의 안드로이드 앱 마켓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공정위는 구글의 이 같은 행위가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애플의 경우 앱 개발사들의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을 임의로 가중했다. 애플은 앱 마켓 출시 당시부터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수년 전부터 한국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 개발사들에게 인앱결제 수수료를 매출액에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된 가격 기준으로 받고 있었다. 애플 역시 인앱결제 수수료가 최대 30%인데,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으로 수수료를 징수하기 때문에 실질 수수료율은 33%에 이른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한국모바일게임협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추가 결제가 이뤄진 금액만 345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애플이 수년째 수수료를 과다 징수했지만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지난해 문제제기를 하기 전까지 그 어떤 앱 개발사들도 이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다. 공론화가 되기 전까지 대다수 앱 개발사들이 이 같은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만일 알았더라도 쉽게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아무래도 다들 '을'의 입장이다보니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을 때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꼭 이러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앱 개발사들은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보니 그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구글 피처드'에 선정되면 매출이 크게 뛰기 때문에 선정 여부가 출시 초반에 굉장히 중요한데, 그 영향력에 비해 선정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글과 애플에서 발표되는 인기·매출 순위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그야말로 절대적인데, 그러다 보니 게임사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나마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별도로 마케팅을 해야 하고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을 출시하거나 업데이트를 하면 앱 마켓 심사 후에 반영이 되는데, 별다른 이유 설명도 없이 심사에 며칠씩 걸리는 경우가 있어 급한 업데이트 등을 바로바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웹소설 제작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로 인한 혼란을 겪으면서 앱 마켓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했다"라며 "제작사들은 물론 작가들도 인앱결제 의무화 이후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라고 강조했다.
 
앱 마켓 '갑질' 규제 모색하지만…근본적 해결까지는 '한세월'

이처럼 앱 마켓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앱 개발사를 다방면으로 압박하다 보니 당국도 앱 마켓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정위는 구글이 게임사들이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421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를 지난달 결정했다. 공정위는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앱 마켓 독점력을 강화한 행위를 엄중 제재해 앱 마켓 시장의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앱 마켓 시장의 독점화는 연관된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애플 앱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 과다 징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관련 사안으로 공정위에 애플을 신고하면서 이뤄진 조사였다. 애플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시정조치를 내놓고 2023년 1월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개발자들을 위해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올해 1월부터 국내 앱 개발사들은 매출액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인앱결제 수수료를 납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지난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글 역시 공정위의 발표 직후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행정소송 등 대응을 모색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결국 구글과 애플의 높은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만들어진 만큼 규제와 함께 경쟁 자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규제 당국에서 지속적으로 규제를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들은 문제가 되는 정책을 변경하기보다는 행정소송으로 맞불을 놓는 경우가 많다"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 내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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