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의 '몽니'…지자체 번복에 가양동 CJ 부지 개발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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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3-05-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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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양동 CJ공장 부지 조감도(왼쪽), 부지 위치도. 각 서울시, 네이버 지도화면 갈무리]


총 사업비 4조원 규모로 서부권의 '제2코엑스'로 주목받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시행사인 인창개발과 인허가권을 쥔 강서구청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창개발은 사업의 돌연 중단을 선언한 강서구청의 처분이 적절치 않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강서구청은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검토할 기회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해당 부지는 2012년 서울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2021년), 교통영향평가(2022년), 서울시 건축심의(2022년) 등 12년째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 중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갑작스레 제동을 건 강서구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낮다고 시행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이런 식이면 어떤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지자체를 믿고 수조원의 투자사업을 벌이겠냐"면서 "인허가권자의 전형적인 권력 남용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창개발은 최근 강서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건축협정 인가 취소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강서구청이 지난 2월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의 건축협정 인가를 돌연 취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와 별도로 다음달 강서구청의 행정처분 효력정지 소송도 추가로 제기할 예정이다. 인창개발 관계자는 "2012년부터 추진하던 사업이 새 구청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부터 돌연 중단돼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인허가청의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검토에 따라 법률자문을 거쳐 행정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92의 1 일대 대지 11만2587㎡에 달하는 CJ공장부지는 강서구의 대표적인 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당초 땅의 소유자였던 CJ제일제당이 공동주택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자금난으로 2019년 인창개발-현대건설 컨소시엄에 1조500억원에 매각했다.

시행사는 삼성동 코엑스의 1.7배 규모인 연면적 77만1586㎡ 부지에 지하 7층~지상 14층 규모의 문화, 쇼핑, 오피스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시와 강서구청도 마곡 마이스복합단지와 함께 이 곳을 서울 서남부권의 프리미엄 비즈니스벨트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수차례 내놨다.

강서구청이 해당 사업에 제동을 건 배경으로는 기대치에 못 미쳤던 기부채납 문제가 꼽힌다. 당초 서울시와 시행사는 개발이익의 12.3%를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이 부지는 수십년간 CJ공장가동으로 지역 주민들이 소음, 분진 등의 환경 피해를 겪었던 지역인 만큼 구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밖에 없다"면서 "최종 허가권자인 구청장이 2022년 7월 취임한 이후 해당 건에 대해 한번도 보고받지 않아 재검토가 필요했고, 기부채납 안도 주민들의 기대치에 비해 미비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 단위' 사업을 올스톱시킨 강서구청의 해명이 궁색하다고 보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교통환경평가, 건축심의 등 시의 깐깐한 행정절차를 모두 통과한 사업장이 착공을 코 앞에 두고 돌연 멈춘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창개발 역시 사업 중단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서구청이 당초 지적한 소방시설 협의는 건축협정 인가 당시 협의를 마쳤고, 기부채납 문제도 서울시 심의를 통해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나중에야 기부채납이 문제가 된 걸 알고 수차례 상향 합의 의사를 구청 측에 전달했지만 아직도 구청은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루에 70억원에 가까운 금융비용이 발생하는데 구청이 협조하지 않아 해당 사업은 지난해 9월부터 궤도 이탈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업이 표류하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강서구 가양동 한강자이 인근 A 중개법인 대표는 "지하철 9호선과 함께 '강서 코엑스' 개발 사업으로 2020~2022년 사이에 가양동에 젊은 부부들이 대거 유입됐는데 대형 악재가 터져 가뜩이나 없던 거래가 더 없을까 봐 걱정"이라며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조속히 착공하길 염원하는데 정작 구청은 누굴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와 지자체의 개발 계획을 믿고 가양동에 입성했던 주민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발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던 가양동 아파트값도 하향 추세다. 강서구 가양동 대림경동 전용 154㎡은 지난 2월 11억8000만원 거래돼 개발 호재가 부각되던 2021년 거래가(16억3000억) 대비 4억원 이상 빠졌다.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 전용 49.5㎡ 역시 지난 3월 6억1000만원 거래돼 2021년 9억6000만원 대비 3억원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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