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향하는 車시장] '프리미엄'급만 있는 전기차···이제는 '서민 전기차'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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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5-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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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정한 배터리 가격·전장부품 비용 높아 내연기관차 가격 2배

  • 테슬라, 2030년까지 '반값 전기차' 내놓고 2000만대 생산 목표

  • 저가 전기차 경쟁 맞불 위해 스마트 팩토리·배터리 공급망 시급

전기차의 가격 진입장벽은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가격과 공정 효율성, 노동 유연화 등이 전기차 시장에 완전히 정착되지 않으며 전기차 평균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2배 가까이 높게 형성돼 있다. 세계 각국 보조금 정책의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여서 소비자 부담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값 전기차는 이르면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전기차 개발·생산·공급망 분야에서 비용 삭감을 목표로 내걸고 배터리 소재에 대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수익성을 보전하려면 스마트팩토리 구축도 시급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관련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전장부품에 내연기관보다 2배 비싼 전기차

3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평균 가격은 지난해 5만3032달러(약 7000만원)였다. 5년 전 대비 5.4% 낮아졌지만 일반 승용차 평균 가격(2만8026달러)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전기차 평균 가격은 매년 0.002%씩 줄어들다 2027년 5만301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승용차 평균 가격(2만8014달러)을 1.9배 웃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표 모델을 비교해봐도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투싼 가솔린 모델 가격은 2584만원부터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가격은 5410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4550만원 정도다. 아이오닉5 가격이 크기가 비슷한 투싼보다 약 1.8배 비싸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이유는 배터리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원가에서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전체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전문가들은 동급 내연기관차와 엇비슷한 가격에 전기차를 팔 수 있는 분기점으로 킬로와트시(㎾h)당 100달러의 배터리팩 가격을 꼽는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거래 가격 평균은 151달러다. 

전장부품 비용이 높아진 점도 전기차 가격 인하의 발목을 잡는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던 3000개의 전자장비 부품이 전기차에는 900개 정도로 대폭 축소되지만 그 기술 수준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높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더해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대량생산 체제를 아직 갖추지 못하면서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가격이 30%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면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다만 무게 때문에 효율과 내구성이 떨어지고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사진=현대자동차]

테슬라도 포드도 '원가 절감' 목표 제시

값싼 전기차 출시 경쟁은 2030~2035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포드는 차량에 들어가는 호스·모터 등 주요 부품 수와 크기를 50% 이상 줄이고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 부품 조달비를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테슬라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으로 전기차 생산비를 5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만5000달러(약 3270만원) 이하 전기차를 내놓고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 생산 체계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이는 도요타 연간 판매량 대비 2배다. 

전기차 공정 자동화에도 수조 원이 투입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주요 전기차를 생산하는 츠비카우 공장에 12억 유로(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해 일부 공정 자동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또 현대차그룹과 테슬라, 폭스바겐, 혼다 등 주요 완성차업계는 신규로 구축하는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디지털 팩토리로 만듦으로써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미국이 2032년까지 신차 판매 중 67%를 전기차로 채우도록 한 규제안도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030년부터 가격 경쟁이 본격 촉발되며 전기차 보급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배터리 소재·광물을 직접 조달하며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확보 중이다. 배터리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직접 구매·확보한 뒤 이를 파트너사에 배분하는 방식을 취해 광물 가격 변동에 따라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테슬라는 캐나다 시그마 리튬 인수를 타진하며 채굴·정제 사업에 나설 채비다. GM은 6억5000만 달러(약 8600억원) 규모를 캐나다 리튬아메리카스에 지분 투자했다. 스텔란티스와 포드 등 다른 전기차 회사들도 니켈·코발트·리튬 등을 직접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스마트 팩토리 전환·배터리 공급망 지원 시급

현대차그룹이 저가 전기차 경쟁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과 디지털화 전환에서 다른 브랜드보다 빠르지 않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공장을 구축하고 최신 스마트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노조의 벽에 부딪혀 전기차 전용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 단순화는 결국 기존보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울산공장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막히며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 현대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 센터를 테스트베트로 활용하고 있다.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면 현대차그룹의 공장 해외 이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부품사의 도미노 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경기 화성에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세우고 있지만 해당 공장은 주문생산 방식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사업 역량을 모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완성차업체와 부품사 공장에 대한 디지털화 전환,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항구 기술융합원장은 "내연기관차 강국인 독일마저도 전기차 시대 도래에 위기를 느끼며 제조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완성차업체가 지금까지 품질 혁신을 이뤄왔다면 앞으로 공정 혁신을 누가 먼저 주도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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