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파문] 의혹 중심에 선 이정근…당내선 '정치꾼'·본인은 '로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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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3-04-2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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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텃밭 서초갑에서 4번 출마...이혜훈·윤희숙·조은희와 맞붙어

  • 野 "항상 어려운 지역구 도전에 의아...예전부터 송영길계로 불려"

  • '10억 뒷돈 혐의' 이정근, 1심 징역 4년 6개월에 항소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가 3만여 건의 녹취를 했다고 한 만큼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게이트의 진실에 가장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총장의 역할과 정체가 무엇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전 부총장이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지난 12일 검찰이 민주당 현역 의원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부터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들 의원이 당원들과 돈 봉투를 주고받았다는 혐의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윤 의원은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고, 당선 이후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송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사무부총장을 맡았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정치자금 수사에서 그의 휴대전화를 통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하라"는 말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게이트가 내년 총선까지 뒤흔들 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전 부총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그가 로비스트인지, 아니면 정치꾼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여의도가의 분석이다.

▲이정근, 서초갑 연달아 낙선...박영선·노영민과 친분 두터워

이 전 부총장은 1962년생으로 △방송작가 △여성벤처협회 이사 △여성단체협의회 미디어위원장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정치권에는 2015년께 발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험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갑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당시 경쟁자는 3선에 도전했던 이혜훈 바른미래당 후보였고 이 전 부총장은 낙선했다.

이 전 부총장은 낙선 후에도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했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 서초구청장 선거 △2020년 21대 총선 △2022년 2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번번이 낙선했다. 세 번의 선거 당시 상대 후보로는 조은희, 윤희숙, 조은희 순이었다. 

연이은 낙선 속에서도 이 전 부총장은 당 지도부로부터 '험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수년에 걸쳐 보수정당의 텃밭인 서초갑에 출마함과 동시에 지역위원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스킨십이 좋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도 인맥을 쌓아왔다고 한다. 2017·2022년 대선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을 맡았다.

다만 지역 내에서는 "보수정당은 스펙이 뛰어난 여성후보들을 내는데 민주당은 지방대 출신에 경력도 부족한 인물을 계속 공천하는 등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아니냐"는 당원들의 민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무교동 캠프사무실에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이정근, 전형적 '여의도 정치꾼'...지역위원장들 사이서 힘 있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전 부총장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전부터 송영길계라고 불렸다"며 "정치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로비스트라기보다는 '여의도 정치꾼'이라고 보면 된다"며 "여의도에서는 왜 항상 떨어지는 지역구에 저렇게 목매나 의아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송영길·박영선 두 의원과 친했던 것은 맞다. 아마 지역위원장이랑 친해서 그랬던 거 같다"며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서는 힘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도 "그가 당 사무부총장을 맡았던 것도 이번에 알았다"며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는 몰랐다. 기억에는 굉장히 적극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전 부총장은 자신을 ‘로비스트’라 칭하며 정·관계 인사와 사업가를 연결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한 지난 12일 1심 판결문에는 그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대통령비서실장과 행정부처 장관, 정계 인사 등을 알선한 정황이 담겼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이 전 부총장에게 적용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9억8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자신을 로비스트로서 정체화했다. 그는 2020년 8월 박씨가 서울 구룡마을 우선수익권 인수와 관련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알선을 요청하자 “나는 지금도 로비스트야. 내가 해보니까 로비스트로서 기질이 있다”고 답했다는 대목이 판결문에 기재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에 대해 “금품수수 과정에서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과 특정 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며 “공판과정에서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금품공여자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정근 파일'은 민주당 인사와 관련된 다른 사건들의 수사 단서가 되기도 했다. 6000만원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노웅래 의원도 이 전 부총장 녹음 파일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 전 부총장의 CJ그룹 계열사 한국복합물류 취업 특혜 의혹 사건도 녹음 파일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이씨 취업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학영 의원 측 관계자들이 한국복합물류 취업 특혜 사건에 연루된 정황도 수사하고 있다

'이정근 파일' 중 상당수는 분석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 전 부총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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