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물려받은 만큼만 내야"…유산취득세 도입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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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남가언 기자
입력 2023-04-1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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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속세, 73년 만에 메스 댄다…받은 만큼 내는 '응능부담'

  • "유산취득세 도입시, 공평한 과세...부의 분산 촉진될 것"

  • 도입시 세수 감소 불가피...커지는 '세수결손' 우려

[사진=기획재정부]

돌아가신 아버지가 재산 30억원을 자녀 3명에게 남겼을 때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물려준 30억원에 대해 과세한 뒤 자녀들이 이를 3분의 1씩 나눠 내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세 자녀가 각각 물려받은 10억원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전자를 유산세, 후자를 유산취득세라고 한다. 

​정부가 70년 넘게 유지된 상속세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도입되면 상속세 부담이 경감된다. 상속으로 취득하는 재산 규모가 줄어 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세제 형평성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상속세, 73년 만에 메스 댄다···받은 만큼 내는 '응능부담'

1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세개혁추진단을 중심으로 유산취득세 도입과 관련해 상속세 공제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응능부담(지불 능력에 따라 과세하는) 원칙, 과세 체계 합리화, 국제적 동향 등을 감안해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3년간 유지돼 온 기준이 바뀌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정책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외에 유산취득세 미도입 국가는 미국과 영국, 덴마트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상속세 제도는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는 피상속인(상속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남긴 재산 총액에 누진세율 10~50%를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이에 상속인이 취득하는 재산에 비해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기재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유산취득세 도입과 공제 제도 개편 방안은 향후 연구 용역과 각종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여러 절차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다음 달 말께 용역 결과가 도출되면 연내 세법 개정을 통해 유산취득세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전문가들은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세법 전문가인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게 되면 상속인별로 자신이 받는 재산에 비례해 상속세를 부담하므로 기존에 비해 공평한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속 재산이 분산될수록 상속세 총 부담이 감소하는 만큼 부의 재분배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배우자 상속 공제 혜택이 커 (사망한) 피상속인에게 배우자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상속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배우자 공제 혜택을 피가 섞이지 않은 상속인한테도 나눠야 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현행 배우자 상속 공제는 최대 30억원으로 배우자 외 상속인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 개개인에게 귀속된 (상속)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상속 재산 전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보다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앞두고 세부적인 제도 설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과세 구간과 세율 조정 폭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산취득세 전환과 함께 경제 여건 변화를 감안한 세제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상속·증여세는 2000년 최고 세율이 45%에서 50%로 높아진 후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세금은 23년 전 상황을 기준으로 매기는데 국민 자산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함께 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수 감소 불가피···부자 감세 논란도 부담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상속 규모가 큰 고액 자산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로 '부자 감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세수 감소 가능성이다.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위축 등으로 세수에 구멍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 결손 폭을 더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재정 여건은 악화하는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도 세수 감소에 따른 정책 여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했던 사안이라 (유산취득세 도입을) 물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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