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번이면 100번 같은 악몽 꿨다"...이인규가 회고록 펴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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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4-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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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만 같았다"

지난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65‧사법연수원 14기)이 회고록을 펴낸 이유에 대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 같아 살려고 책을 썼다"는 심경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검찰이라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데 대한 일종의 '한(恨)풀이'인 것이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13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1년에 100번 꿈을 꾸면 100번 모두 같은 악몽을 꿨다"며 "책을 쓰고 나니까 더 이상 그 꿈을 꾸지 않는다. 악몽이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조갑제닷컴‧532쪽)'라는 제목으로 된 회고록을 펴내면서 노 전 대통령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이끌었던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소환 조사 후 5월 23일 서거하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이후 노 전 대통령 사망 원인이 검찰의 표적 및 과잉 수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운명’에서 검찰 수사를 겨냥해 '정치적 타살이나 진배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 "수사 내용을 함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노 전 대통령 유족을 기소하라는 말이 나올 것을 염려해 공소시효(2023년 2월 21일)가 끝난 뒤 책을 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책이 나오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출간 사실을 알리며 "끝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이래도 죽겠고 저래도 죽을 것 같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중수부장이 지난달 발간한 책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핵심 피의 사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내용은 △뇌물 수수 직무 관련성 △피아제 남녀 시계 1세트 수수 △미국 주택 구입자금 명목 140만 달러 수수 △사업자금 명목 500만 달러 수수 △생활비 명목 3억원 수수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 횡령 △차용금 명목 15억원 수수 등 7가지다.

그는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지만 그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며 "자신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심정'이었지만 이를 알고도 수사하지 않는다면 검사로서 직무유기라고 판단해 수사를 계속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현재 가족들과 함께 머물고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이 전 중수부장 회고록에 대해 노무현재단 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받았다는 시계는 박연차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에 대한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는 유튜브 방송에서 "윤석열 검찰에 이 사건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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