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베트남 경제, 1분기 성장률 13년래 최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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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3-04-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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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기 성장률 3.32% 그쳐...수출액·FDI도 감소세

  • 경기하강 국면에 뚜렷한 모멘텀 없다는 지적 이어져

  • 정부 "투자 소비 촉진할 것" UOB, 성장률 전망치 6.6→6%로 하향

베트남 하이퐁(Hai Phong) 항만. [사진=VN익스프레스 영문판 캡처]

베트남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베트남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주요 경제 지표들도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경기 둔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향후 경제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세계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분기 이후에도 뚜렷한 모멘텀(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다간 베트남이 역대 최저 성장률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요 분야 평균 성장률 밑돌아...2분기 경제 성장도 ‘침체’ 전망
지난달 29일 베트남 통계청(GSO)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3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코로나19 당시 주요 대도시 봉쇄 여파로 최저 수준을 기록한 2020년 1분기의 3.21%와 함께 지난 13년래 최저 수준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베트남 경제의 주요 분야인 공업, 건설 분야의 성장률이 모두 평균 이하를 밑돌았다. 건설 분야는 올해 1분기 0.4%의 성장을 기록했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대출 경색과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 여파가 겹친 탓이다. 공업 분야도 0.4% 성장에 그쳤다. 특히 공업 분야는 전자제품 등 주요 제조 산업의 투입 비용 상승과 수출 부진 여파로 생산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주요 부문 중 유일하게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GSO에 따르면 서비스업은 1분기 중 6.79% 성장을 기록했다. 응웬티흐엉 GSO 청장은 정부의 대대적인 내수 지원 정책에 힘입어 서비스업이 높은 성장을 기록하면서 1분기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농업, 산림업, 어업은 각각 2.43% 3.66%, 2.6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건은 향후 베트남 경기 전망 또한 밝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세계적인 경기하강 국면에서 2분기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개방성이 높은 베트남 경제에서 수출과 핵심 성장동력인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베트남의 핵심 경제지표인 수출과 FDI 유입액 모두 1분기 중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한 791억7000만 달러(약 104조689억원)로 나타났다. 상품 수입액은 전년 대비 14.7% 감소한 751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전체 교역규모는 1542억7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2.3% 감소했다. 다만 무역수지는 40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FDI 또한 감소 중이다. MPI에 따르면 1분기 유치액은 5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9%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이 중 신규투자 건수는 522개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지만, 투자액은 30억 달러로 6% 이상 감소했다. 기존 프로젝트 추가 투자도 건수는 228건으로 3% 증가했지만, 투자액은 약 12억 달러로 70.3% 감소했다. 1분기 FDI 실제 집행액은 4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또쭝탄 베트남국립경제대(NEU) 교수는 VN익스프레스에 “FDI 유치액이 대부분 주요 국가들의 위축으로 인해 올해 1분기뿐만 아니라 지난해 3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베트남의 경제 성장이 지난 2차 위기(2008~2011년: 5.4% 성장)에 근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출과 수입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 또한 1분기에 4.3% 상승해 인플레 압력은 여전하고 내수 회복도 더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투자·수출·소비’ 3대 분야에 주력...“부동산 경기 부양할 것”
관련해 베트남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팜민찐 총리는 3일 열린 정부·지방 간 온라인 회의에서 1분기 경제 성과를 평가하며 ‘투자, 수출, 소비’라는 3대 성장동력 진작에 최우선적으로 전력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 각국의 통화 긴축과 수요 감소에 베트남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올해 최우선적 정책 과제가 투자, 수출, 소비 진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내 공급을 개선하고 성장 모멘텀을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에 대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생산지원 및 투자 촉진정책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특히 부동산 부문 회복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MPI는 새롭게 두 가지 경제 성장목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로 조정하면서 2분기, 3분기, 4분기 성장률 목표를 각각 6.7%, 6.5%, 7.1%로 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기존 원안대로 현재 6.5% 성장률 목표를 고수하면서 2·3·4분기 성장률 목표를 각각 6.7%, 7.5%, 7.9%로 설정하는 것이다. 

응우옌찌쭝 MPI 장관은 “2분기 전망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베트남의 수출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많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과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기업 지원과 성장 촉진을 위한 세금·수수료 감면, 대출금리 인하와 같은 새로운 지원 정책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싱가포르 UOB 은행은 지난 31일, 신규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 6.6%에서 6%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UOB는 베트남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5.92%에서 올해 1분기에는 3%대로 대폭 둔화한 가운데, 제조업이 실질적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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