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골프 캘리그래퍼 케이시 존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에번스=이동훈 기자
입력 2023-03-31 10: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골프 캘리그래퍼 케이시 존스. [사진=이동훈 기자]

오거스타 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ANWA) 1·2라운드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에번스의 챔피언스 리트리트 골프클럽(파72). 대회장 한 벽에 리더보드가 설치됐다. 벽에는 LED 패널이 아닌 종이가 붙었다.

벽 뒤에서 백발의 신사가 걸어 나왔다. 신사의 이름은 케이시 존스.

휴대전화를 한 번 쳐다보더니 주머니에 있던 매직(빨간색, 검은색, 파란색, 녹색 등)을 꺼냈다. 거침없이 66을 그렸다. 66타는 미국의 로즈 장이 기록한 대회 한 라운드 최저타.

후원자(패트론)가 몰렸다. 뒤쪽에 설치된 LED 리더보드는 쳐다보지 않았다. 작품 활동을 감상하듯 존스의 손에 시선이 고정됐다.

존스는 미국에서 유명한 골프 캘리그래퍼다. 한 매체는 그의 이름 앞에 '마스터'라는 칭호를 붙였다. 존스는 작품을 마칠 때까지 쉬지 않았다. 작품을 완성했을 때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존스는 "1995년부터 골프 캘리그래피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28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전자식 리더보드나, 카드 방식의 리더보드를 사용하지만 1950~1960년대에는 캘리그래피 리더보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1995년 그는 운명처럼 한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전설' 어브 배튼. 당시 배튼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캘리그래피 리더보드를 담당했다. 자원봉사자로 지원한 존스가 그의 조수 역할을 했다. 그때부터 존스는 골프 캘리그래피에 빠져들었다.
 

케이시 존스가 그린 오거스타 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 1라운드 리더보드. [사진=이동훈 기자]

존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처음 캘리그래피 리더보드를 그렸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이다.

이후 메모리얼 토너먼트 등 굵직한 대회에서 작품 활동을 이었다. 1999년에는 직접 우승한 타이거 우즈의 성적과 이름을 그렸다.

PGA 투어 스코어링 오피셜을 맡은 것은 2003년이다. 각 대회 규정위원회에서도 근무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흘렀다. 존스는 리더보드를 손으로 가리켰다. "ANWA에 출전한 72명의 이름을 적는 데 3시간이 걸렸다. 월요일에 끝내 놓고 지금 나머지 성적을 적고 있다. 골프 캘리그래피는 선을 아주 얇게 그려야 한다."

어떻게 이곳에서 작업을 하게 됐는지 물었다. "ANWA는 골프의 전통을 중시한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골프도 바뀌고 있다. 리더보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통을 중시하다 보면 이런 기회도 찾아온다. 리더보드 작업이 없을 때는 에이스(홀인원) 등을 한 사람들을 축하하는 작품을 그리곤 했다."
 

벽 뒤에서 휴대전화로 점수를 확인하는 골프 캘리그래퍼 케이시 존스. [사진=이동훈 기자]

존스의 홀인원 작품은 저스틴 토머스, 윌 잴러토리스, 웹 심프슨, 토니 피나우, 세르히오 가르시아, 짐 허먼 등에게 전달됐다.

지난 28년을 돌아본 존스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PGA 투어에서는 나를 '스코어보드 가이'라고 불렀다. 배튼을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한다. '이건 내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전통을 지켜나갈 생각이다. 골프는 아직 '디지털'보다 '클래식'이 어울린다. 한국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매직을 들고 미국의 '클래식'을 선보이겠다."
 

"골프 캘리그래피를 조명해줘서 고맙다"며 기자회견장을 찾은 케이시 존스의 선물. [사진=이동훈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